영화

미나리

idlemoon 2021. 4. 6. 02:08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 처음에 'A24' 로고가 나오는 거 보고 기대치가 급상승했다. 여태 본 A24 영화는 모두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예외였다. 심심함의 표본이라고 할 만했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서양 사람들은 재미있게 볼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 본다.

1. 시대 배경이 현재인 줄 알고 갔기 때문에 소품이나 방송화면 등이 이상했다. 과거 배경인가? 그렇다면 왜? 궁금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감독이 어릴 때 아칸소 주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단다.

2. 제이콥(스티븐연)은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뭘 했을까? 농사 경험이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의 농부가 미국 이민 갔다는 이야기는 낯설다. 미국에서 처음 농사일을 시작했다면 - 이 또한 낯설다 - 그 과정이 궁금하다.

3. 할머니(윤여정)가 미국에 처음 온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너무 없다. 딸 부부가 미국에서 사는 모습도 처음 보는 걸 텐데 그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상하다. (198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할머니가 미국에 온 적 있다고 보기 힘들고,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었다는 제이콥의 대사도 있다. "먼 길 오느라 힘들었지"라는 딸의 대사도 있다.)

4. 할머니가 영어를 좀 한다? 온 지 얼마 안 되었으므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좀 했을 것이다. 1980년대에 30대(이겠죠) 딸이 있을 나이면 늦어도 1930년쯤에는 태어났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궁금하다. 

5. 폴 역의 배우(윌 패튼)를 최근에 어디서 봤나 했더니 <핼로윈>(2018), <웬디와 루시>(2008) 등에 나왔다. (<웬디와 루시>는 꽤 오래전 영화지만 내가  본 건 몇 년 안 됐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다.) 그가 이 영화에서 가장 뭐랄까 살아있는 캐릭터 같다. 수십 년 된 한국돈을 지갑에 넣어다니는 게 조금 의아하지만 말이다. (이런 작은 흠들이 좀 있다. 아이가 부화장의 굴뚝 연기를 보고 저게 뭐냐고 묻는 것 같은 거.)

끝물이라 그런지 관객이 나 포함 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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