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서 상 받은 영화들을 주로 골라서 봤지만 마음에 와닿는 게 없었다.
올해 영화들의 수준이 낮아서 그런 건지,
특별히 수준이 낮은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봐 온 많은 영화들과 별로 다른 게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늙어가며 감성이 둔해진 건지.
호텔방에 들어가서 책이나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고전(영화)을 한 번 더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1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왔으니 무감각해질 때도 되었겠다.
영화 뿐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의 모든 것이.
어제 본 <The Milk of Sorrow>가 그나마 "내가 감동을 받는 영화가 아직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그래서 다소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다른 영화들에 비해
크게 뛰어난 게 아닐지 모르지만, 남미의 고난의 역사가 갖는 무게감이 컸던 것 같다. 주인공의
마스크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오늘은 깐느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얀 리본>을 봤는데 이것도 기대에 못 미쳤다. 엄청
세련되게 만들었지만 그래서? 미카엘 하네케 영화를 좋아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