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조그만 약방을 꾸려가던 주인공이 어느 날 만성 골수백혈병 치료제를 인도에서 밀수입한다. 시판되고 있는 스위스 정품과 가격 차이가 매우 커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엔 돈이 목적이었지만 나중엔 싼 가격으로 팔아서 그 병으로 고생하는 서민들의 영웅, 즉 '약신(藥神)'이 된다. (미국 영화 <Dallas Buyers Club>을 생각나게 한다.)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 저예산 예술영화라면 몰라도, 대중영화가 어떻게 이런 스토리일 수 있지?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끝에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걸로 마무리된다. 실제로도 사건이 대략 그런 식으로 진행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영화화 되지 않았을 거다.) 줄거리는 좀 만화 같지만 만듦새는 좋다. 인물들도 개성이 있다. 영어 제목이 왜 dying to survive가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살기 위해 죽는다?
한국 단편 경쟁3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요즘 젊은 애들이 김장을 하나?
<바다 저 편에> 잤나, 기억이 전혀 안 난다.ㅠㅠ
<위태로워야 했던 건 오직 우리뿐> 끝이 좀 억지스럽다. 시골길에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길래 세워 놓은 카메라를 보고 멈추거나 피할 시간이 없나. 더구나 카메라를 향해 사람이 서 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띌 것이다.
제목이 '경계(border)'고 주인공이 세관 직원이라고 해서 유럽의 이민자 문제를 다루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경계'는 그런 뜻이 아니라 인간과 다른 종(種) 사이의 경계를 의미하는 거였다. 주인공은 냄새 맡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보다 '육감'이 더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벌레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외모도 인간 기준으로 매우 특이하다. 그런 주인공이 같은 변종의 남자를 - 수컷이라고 해야 하나 - 만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컨셉은 상당히 흥미롭다. 근데 뒤에 가서는 상투적인 액션 영화처럼 되는 게 조금 아쉽다.
한국계 러시아 록가수 빅토르 최 이야기라고 하지만, 사실 그를 도와 준 선배 가수 마이크 나우멘코가 더 중심 인물인 것 같다. 'Leto'(여름이라는 뜻)도 마이크의 노래다. 음악 영화이지만 마이크의 아내 나타샤를 포함한 세 명의 삼각관계도 한 축을 이룬다. 스타일 면에서 조금 새롭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예로, 뮤지컬 영화 같은 장면들이 있다 - 일반인이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그런 것. (록가수 영화와 뮤지컬 영화는 음악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다르다.) 가끔 모션 그래픽이 화면에 덧씌워져 음악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들이 덜 지루하게 해준다. 또 가끔 한 캐릭터가 나와서 영화 자체에 대해 코멘트한다. 예를 들어, "이 장면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거나 빅토르가 처음 등장할 때 "전혀 안 닮았다"라고 말한다.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 머리가 좀 모자라지만 매우 착한 청년 라짜로가 이웃들과 함께 소작농을 하고 있다. 주인집 아들의 휴대폰 같은 것만 제외하면 시대 배경이 19세기라고 해도 될 만하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마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립되어 살아왔다는 게 드러난다. "어 영화가 재밌어지네" 했는데 실은 별로 그렇지 않았다. 요약해 말하자면 소작농 하던 사람들이 현대 도시에서는 빈민층이 된다, 뭐 그런 거다.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 도식적인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라짜로가 은행에서 폭행을 당하는 것도 노골적이다.
미국의 낙후된 지역에 사는 중국계 청년이 친구들과 자신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저소득층이라 부모 이혼, 가정 폭력 등 다들 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친했고 스케이트보드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스케이트보드는 그들에게 정서적 탈출구였다. (감독이 어릴 때 자신이나 친구를 찍은 클립들도 영화에 포함되어 있다.) 이 다큐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건 보드 타는 걸 따라가면서 찍은 숏들이다. 감독이 자신도 보드를 타고 가면서 찍은 것 같은데 매우 유연하다. 알고 보니 현재 촬영감독으로 일하고 있단다. 다큐 내용도 좋다. 감독 어머니와의 인터뷰는 꽤 감동적이다. 친구들의 모습/대화도 친한 사람만이 찍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 제목은 '갭을 조심하기'라는 뜻인 것 같다. 보드 탈 때 길에 틈이 있으면 걸려서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73년 우루과이에서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게릴라 활동을 하다 체포되어 12년간 옥살이한 세 사람의 이야기다. 그중 한 명은 나중에 우루과이 대통령이 되었단다. 독방에 수감될 뿐 아니라, 말하는 것도 금지되었다는 말을 처음에 들어서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지?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니 독방은 맞는데 말을 전혀 못한 건 아니었다. 한글 제목 '12년의 밤'은 잘못이다. '12년간의 밤' 혹은 '12년 동안의 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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