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Roma

idlemoon 2018. 12. 21. 02:10

부산영화제 때 표가 없어서 못 봤기 때문에 기대를 좀 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데서 이미 미심쩍어 했다. 내가 본 그의 영화들은 연출력은 있을지 모르지만 지적 깊이가 없었다. 이 영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흑백으로 만든 것도, 그냥 '예술영화'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처럼 여겨졌다.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자기 나라의 과거를 다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호우샤오시엔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급'이 다르다. 너무 대가랑 비교하는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씨네21이나 IMDB 등에 평점이 매우 높길래 하는 말이다.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자신의 입(김)이 닿았던 부분을 쓱 닦는 디테일은 좋았다.

 

내 나이 또래 혹은 그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앞에 일렬로 죽 있었다. 어디서 공짜표를 얻어서 온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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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문제의 하나는 클레오가 주인공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닌 것 같다는 데 있다. 주인집 아이의 눈에 비친 하녀의 이미지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클레오가 나중에 대학에 가고 공부를 많이 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자서전을 쓰거나 영화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그게 훨씬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계급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내면이 심도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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