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Reader

idlemoon 2009. 4. 21. 02:16

할리우드 영화 치고는 준수하다. 신선함은 없지만 촬영도 좋다. 하지만 의문점들이 좀 있다.

글을 전혀 모르는데 "친위대"(자막에 그렇게 되어있었다. 영어는 "SS"라고 했던 것 같다)에
들어갈 수 있나. 자기 이름도 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왜 글을 배우지 못했을까? 머리가 나쁘거나 게을러서인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어릴 때 가정
환경이 매우 안 좋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책은 아주 좋아한다?? 1922년생이니 2차대전 때는
20대. 충분히 공부할 수 있지 않나? 글을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는 캐릭터라면 공부에
대한 의욕이 없을지 모르지만, 한나는 그렇지 않다. 전쟁통이라서 공부를 못했나? 글쎄 그럼
그 후엔? 반복하지만, 여자는 글 모르는 걸 매우 수치스럽게 여긴다. 게다가 책도 좋아한다.
외국어도 배우는 마당에 자국어 읽는 거 배우는 게 그렇게 힘든가. 바로 그 수치심 때문에
교육기관을 찾거나 주위 사람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지 못한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글쎄.

마이클과 헤어질 무렵에 한나는 "사무직"으로 승진된다. 한나의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사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이클과 헤어지는 게 안타까웠던 게 아니라, 자신이 사무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나?

마이클이 한나를 위해 증언하려다 왜 마음을 바꿨을까. 옛 관계가 드러나는 게 부끄러워서?
글쎄. 사회 통념에 좀 안 맞기는 하지만 뭐 불륜도 아니고 비도덕적인 것도 아니었지 않나?
여자의 의도 - 무식함을 숨기려는 것 - 를 존중해 주려는 것인가?

원작 소설의 내용을 보니 마이클은 그 재판을 방청할 무렵에 (나치를 방관/동조한) 기성
세대에 대해 분개하고 있었고 시위도 하고 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해가 좀 된다.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한편 그건 자신의 정치적 신조와 배치되는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20+ 연상에 푹 빠졌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람이 친일파로서
독립투사들의 고문에 참여했던 것이다.)

영화엔 마이클의 정치적 관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 같은데도 말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사랑과 증오, 그게 핵심이 아닌가. 영화 볼 땐 몰랐
지만 말이다.

이건 "의문점"은 아니지만... 여자가 너무 지적인 것으로 보였다.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으면
말에 문법이 틀린다든지 뭔가 무식함이 좀 드러나야 하지 않나. 나중에 재판정에서는 그런
면이 좀 드러난 것 같기도 한데 마이클과 연애할 때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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