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01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

중반 이후까지도 사실 좀 지루했다. 반공영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걸까. 상황 설정들이 상투적이고, 인물들도 스테레오 타입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끝무렵에 가서는 상당히 몰입이 되었다. 특히 비즐러가 크리스타를 심문하는 장면은 근래 본 대중영화 중 최고였다. 그 장면 하나로 이 영화를 용서(?)해줄 수 있다. 비즐러의 '쿨'함도 마음에 들었다. 반공영화적 진부함을 얘기했지만, 한편 '자유의 억압'이 어떤 건지 잊고, 혹은 모르고,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묘사가 진부하다고 폄하할 수는 있지만 피압박의 역사를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2007.05.12

As the mist resembles the rain

A feeling of sadness and longing, 막연한 슬픔과 그리움의 느낌, That is not akin to pain, 고통스럽지 않으며 And resembles sorrow only 안개가 비를 닮은 것처럼만 As the mist resembles the rain. 슬픔을 닮은. -- Henry Wadsworth Longfellow, "The Day Is Done" 중. "막연한 슬픔이 슬픔을 닮았다"라고 하는 건 상당히 어색하지만 sorrow와 구분되는 sadness의 번역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참조: http://www.poetry4u.net/bbs/view.php?id=poem&no=37

2007.05.06

Children of Men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7개의 프로그램을 봤는데 아래의 이 첫 번째였고 이 영화가 마지막이었다. 그 사이엔 주로 실험영화들이었는데 전부에 대해 간단히나마 쓰려고 했지만 귀찮아서 관뒀다. 저예산에 지루한 - 대개 - 것들만 보다가 이걸 보니 눈이 다 시원했다. 스토리는 그저 그렇지만 비주얼은 좋았다. SF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지만. 후반에 나오는 시가전은 이후 가장 실감 나는 전투신이었던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을 따라가는 롱테이크가 인상적이다. 스토리나 대사도 같은 류의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양반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이큐 80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건 90은 되겠다. 하지만 여자가 애를 낳지 못한다는 설정부터가 별로 땡기지 않았다. 태아가 생성, 발생하는 과정은 수억년의 진화를 통해 안정화 -..

영화 2007.05.02

다치구이시 열전 (오시이 마모루, 2006)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자국 문화에 한정된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영화의 거의 절반까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티켓 카탈로그'에 있는 몇 줄의 소개를 읽긴 했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제목의 '다치구이시'가 영어로 'fast food grifter'로 되어 있었고 'grifter'란 단어의 뜻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 란 영화도 있었다) 역시 처음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국 문화에 한정"이란 건 상대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이 미국처럼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면,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치구이시는 우동, 소바 같은 '패스트 푸드'를 시킨 다음 음식에 대해 트집을 잡아..

영화 2007.05.01

taste of rain

Tasting of the sweet damp woods and of the rain one inch above the meadow: 상큼한 젖은 숲의 맛과 초지(草地) 1인치 위의 비의 내음 It was like feasting upon air. 그건 공기의 성찬(盛饌) 같았다. -- William Jay Smith, "Morels" 중. morel은 버섯의 일종인데 "야생버섯 중 가장 맛있다"고 한다. 주로 습한 곳에서 자라는 모양이다. 이 버섯을 캐러 다닐 때의 경험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비의 내음(taste)"이라고 했지만, 비가 오고 있는 중은 아닐 테고 아마 그친 후일 것이다. '맛'과 '내음'은 여기선 물론 같은 뜻이다.

2007.04.27

The Rainy Day - H. W. Longfellow

The day is cold, and dark, and dreary; It rains,and the wind is never weary; The vine still clings to the mouldering wall, But at every gust the dead leaves fall, And the day is dark and dreary.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다 비가 내리고, 바람은 지치지 않는다 담쟁이덩굴은 여전히 퇴락하는 벽에 매달려 있으나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죽은 잎들이 떨어진다 My life is cold, and dark, and dreary; It rains,and the wind is never weary; My thoughts still cling to the moulder..

2007.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