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hildren of Men

idlemoon 2007. 5. 2. 01:07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7개의 프로그램을 봤는데 아래의 <다치구이시 열전>이 첫 번째였고
이 영화가 마지막이었다. 그 사이엔 주로 실험영화들이었는데 전부에 대해 간단히나마 쓰려고 했지만 귀찮아서 관뒀다.

저예산에 지루한 - 대개 - 것들만 보다가 이걸 보니 눈이 다 시원했다.
스토리는 그저 그렇지만 비주얼은 좋았다. SF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지만.
후반에 나오는 시가전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가장 실감 나는 전투신이었던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을 따라가는 롱테이크가 인상적이다.

스토리나 대사도 같은 류의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양반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이큐 80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건 90은 되겠다.

하지만 여자가 애를 낳지 못한다는 설정부터가 별로 땡기지 않았다.
태아가 생성, 발생하는 과정은 수억년의 진화를 통해 안정화 - 말하자면 - 된 것이다.
물론 어떤 외부적 요인에 의해 문제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십중팔구 모든 인간들이 (그리고 모든 동물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가령 어떤 이유에 의해 세포분열이 멈추게 된다면 태아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죽게 된다.
유독 태아만, 그것도 인간의 그것만 - 개가 등장하는 걸로 봐서 다른 동물은 문제가 없는 듯하다 -
살지 못한다는 건 대단히 작위적으로 보인다.
자연의 현상이 아니라 어떤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의도적으로' 행해진 것에 가깝다.
(이 영화는 분명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모든 SF가 과학적인 근거를 가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황당하더라도, 과학을 무시하기 보다는 뭐랄까 '비켜나가야' 한다고 본다.

현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통찰력도 보이지 않는다.
인종 문제를 언급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냥 액션의 배경에 불과하다.
결말도 안이하다. "Tomorrow"가 어떤지, 그것이 알고 싶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0) 2007.05.25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  (0) 2007.05.12
다치구이시 열전 (오시이 마모루, 2006)  (3) 2007.05.01
Babel  (0) 2007.04.16
향수  (2) 2007.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