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본 깐느 황금종려상 영화 중 최악이었다. 첫 장면부터 "이거 아니다" 싶었다. 공짜 와이파이를 찾는다? 옆집의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개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 대체 인터넷 요금이 얼마 한다고 그러나? 하루 1000원만 절약해도 충분하다. 4인 가족이니까 1인 당 250원이다. 커피값의 1/10, 한 끼 밥값의 1/20이다. 우리에 비해 소득이 1/10도 안 되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다들 스마트폰을 쓴다. (게다가 이 애들이 인터넷으로 하는 일이 뭔가? 십중팔구 문자나 SNS일 것이다. 영화 제목과 어울리려면 뭔가 생존과 관계된 것이어야 하지 않겠나. <어느 가족>의 첫 장면을 비교해 보라. 좀도둑이란 면에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생필품을 훔친다. 이 영화는 코믹한 요소를 넣으려 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첫 장면이 가볍다 못해 허탈하다.)
하루 1000원이 아쉬운 가정을 생각해 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런 집이라면 애들이 SNS를 하고 싶을까? 남들이 올린 맛있는 음식과 멋진 여행지의 사진들을 보고 싶을까? 그리고 좁은 반지하방에 백수로 사는 애들이 너무 말끔하다. 말끔할 뿐 아니라 언행이 여유만만이다. 우리가 반 농담으로 젊은 사람에게 '백수'라고 할 때는 대부분 그 사람은 부모에 의지해 큰 불편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부모도 (거의) 백수다. 피자 배달 박스 접는 게 주수입원인 듯하다. 그런데 전혀 그런 환경에 사는, 살아 온, 사람들 같지 않다. 이후의 사기 행각도 뜬금없다. 차라리 처음부터 사기꾼 가족으로 설정했으면 조금 나았을 것 같다. 영화의 주제와 맞지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허무맹랑해 별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마르크시즘을 처음 배운 대학 초년생 수준의 의식이 느껴진다. 계급의식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은유를 위한 은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 줄거리만 접했을 때 <어느 가족>과 비슷한 모양이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영화의 발바닥에도 못 미친다.
기생충? 누가/무엇이 기생충이라는 건가? 서민? 부자? 아니면 이 영화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