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주 2019

idlemoon 2019. 5. 7. 22:58

금요일(3일) 1시 경에 도착해서 당일 것 3개, 익일 것 4개 발권하려고 했는데 하나만 자리가 있었다. 부산, 전주 거의 안 빠지고 다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번 전주에 사람이 많았던 건지, 볼 만한 영화가 적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적어도 나에겐 기대되는 영화가 별로 없었다.

Songs from the Second Floor
예전에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 영화다. 그땐 이미지에 상당히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보니 두 번째라 그런지 좀 따분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현대사회의 부조리 같은 게 주제인 듯한데 - 카프카를 좀 연상시킨다 - 의도만 생경하게 드러나 보인다.

Monrovia, Indiana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신작 다큐멘터리. 미국 시골의 한 작은 마을의 일상을 담았다. 지루하다. 나중에 작품 제작의 배경을 알고서는 조금 이해가 되긴 했다. 2016년 미국 대선 직후, 제작진은 트럼프 같은 사람을 찍은 인간들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By the Grace of God
프랑수와 오종 감독. 미국영화 <Spotlight>처럼 카톨릭 신부의 아동 성학대 실화를 다뤘다. 한 가지 색달랐던 점은 처음에 "이 영화는 픽션이다. 하지만 사실을 참고로 하였다(정확한 표현은 기억 안 난다)"라고 밝힌 것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이라면 아마 그냥 "이 영화는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라고 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같은 말일지 모르지만 '픽션'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게 마음에 든다. 제목 '신의 은총으로'는 바르바랭 추기경이 실제로 했던 말에서 따온 것이다. 그가 범죄의 공소시효가 다행히(신의 은총으로) 지났다는 발언을 했던 것이다.

Queen of Hearts
나이가 50은 되어 보이는 여자가 10대 의붓아들을 유혹해서 관계를 갖는다. 그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 아들이 별로 순진한 애가 아니었는데 - 또래 여자애를 거리낌 없이 집에 데려와 큰 소리를 내며 섹스를 했었다 - 나중에 늙은 의붓어머니에 그렇게 집착하는 게 이해가 좀 안 되었다. 영화는 잘 만들었다.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샤또 몬테>가 재미있었다.

Ruben Brandt, Collector
올해 전주의 (물론 본 것 중에서) 최고작.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누가 말했나. 이미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헝가리 감독인데 장편 데뷔작이란다! 사진이 좀 늙어보여 찾아보니 52년생이다! (나도 늦지 않았다.) 주인공 루벤은 자신의 악몽을 치료하기 위해 유명한 그림들을 훔친다. obsession(집착)을 치료하려면 그 대상을 possess(소유)해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지름신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The Great Buster: A Celebration
영화사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봤다. 당구를 그렇게 잘 치는 줄 몰랐다.

An Impossible Love
조금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한데 그래도 감정의 과잉 없이 잘 만들었다. 마지막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구절이 인용된다: (축약) "그 옛날 긴 고문과도 같았던 그 마음 상태는 완전히 없어졌다. 모든 것이 시들고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아름다움보다 더 흔적을 적게 남기는 게 있다. 그것은 비탄이다."

익스팬디드 시네마 단편 2
CCTV 이미지들로 만든 <Night Horse>도 괜찮았지만, <Blue>가 신선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었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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