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도 끝난,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스노우든 같은 사람이 국가기밀을 빼내는 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군국주의 일본 시절에 순전히 양심 때문에 국가기밀을 빼내 서방에 알린다? 글쎄, 난 그런 있기 힘든 이야기는 실화여야 한다고 본다. 영화는 실화인 것처럼 진행된다. 관동군의 만행은 역사적 사실이고, 실제 기록 필름도 사용되었다. 끝에 주인공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도 자막으로 알려준다.
그러나 내가 찾아 본 바로는 실화에 바탕을 둔 게 아닌 것 같다. 실화가 아니라면 이런 영화를 왜 만들까?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스릴러를 만들 소재는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 당시 이런 양심적인 일본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희망을 표현한 건가? 그 당시에는 없었지만 이제는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역사를 떠나 그냥 하나의 장르 영화로 본다면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TV 영화'로서는 그렇다. 제한된 예산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미지들이 좋다. 여자의 연기도 좋고 (남자는 좀 아쉽다) 배에서 들킨 이후의 반전도 괜찮다. 다만 후미오를 고발하는 동기가 약해 보이고 - 의심 받고 있었다는 설정이 필요하다 - 영화의 마무리도 조금 어설픈 느낌이다.
보통 때라면 리뷰를 하지 않았을 영화인데, 어떤 사람이 생각을 듣고 싶다고 해서 쓰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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