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密陽

idlemoon 2007. 6. 6. 02:28



(스포일러 있음)

원수를 용서하러 갔다가 하느님에게 배신(?) 당하는 장면에서 "드디어 뭔가를 보여주는구나"
했는데 아쉽게도 그 뒤엔 아무 것도 없었다.

하느님에 대해 배신감 혹은 환멸을 느끼고 일종의 복수를 하는 - 말하자면 - 모습들이 그 앞의
사건 - 아들의 죽음 - 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신애(전도연)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신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위안을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환멸을 느낀
것이다. 단순한 비유를 하자면, 애인에게 버림을 받아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위로를 받으려고 했는데 위로가 되지 않아 어머니를 원망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애인에게 채인 것과 어머니에 실망을 하는 게 서로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것이다.

아들의 죽음은 그 뒤에 종교라는 묵직한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하나의 모티브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애인에게 채인 사건은 가족의 역할,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하나의 계기에 불과한 것일 수 있듯이.)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아들이 죽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고 상세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범인이 체포되면서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
그렇다고 하나의 영화로서 완전성을 가진다는 말은 아니다 - 그 뒤는 또 다른 영화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왜 "secret sunshine"인가? 종교에 실망했지만, 결국 하느님은 구원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종교는 사기고, 사랑(남녀의)이 구원이란 뜻인가. 물론 송강호의 지속적 사랑은 한 남자의
사랑이자 결국 하느님의 사랑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하지만 종교적 의미든, 인간적
의미든, 결말은 뭔가를 확실히 던져주지 못하는 것 같다.

전도연의 독무대였다고 할 만하다 - 내 취향으론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았지만. 송강호는 시골의
카센터 사장치고는 (내 편견인가?) 너무 세련되어 보인다. 무식한 척하지만 말이다. 신애가
왜 싫어하는지 거의 이유를 모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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