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울림 (나루세 미키오, 1954)

idlemoon 2007. 6. 20. 02:44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영화에서 '헤어짐의 아픔'을 이렇게 절실히 느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個人史가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같이 본 학생들은 다들 시큰둥했다.

여자의 울음은 겉으로는 시아버지와의 헤어짐 때문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남편과의
이별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시아버지와의 정이 깊었다 해도 살을 맞댄 남편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시아버지가 "슈이치(남편)가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때가 되기
전엔 모르겠다라고 대답하는 것에서도 여자의 결심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별은 조금 죽는 것"이라고 했다. 남녀가 처음 만날 때는 에로틱한 감정으로 이끌리지만 수년 간
살다 헤어질 땐 에로스는 관계가 없다. 시아버지와의 情은 남편과의 이별에서 잃는 것, 잃음으로서
조금 '죽게' 되는 그것이 뭔지를 놀랍게 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옛날에 읽은 한 논문의
제목도 생각난다: "the sadness of saying goodbye." 철천지 원수 같았던 사람도 떠나면 슬프기
마련이다.

그냥 헤어지기로 결심한 것도 아니다. 아이를 지울 정도면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짐작할 수 있다.
겉으로는 항상 웃는 모습의 순종적인 아내며 며느리였다. 마지막에 (위 사진 직전) 여자가 흐느낄
때도, 감정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뒷모습으로 처리했다.

DVD의 자막이 너무 형편 없었던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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