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너무 황당하게 여겨져서 "재미있었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62년 당시에 이 영화를 봤다면 엄청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공산주의 국가에서 포로가 세뇌 당하는 얘기를 무섭게 들은 기억이 있다.
냉전 시대 - 지금은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지만 - 에는 충분히 먹힐 내용이다.
공산주의는 극악무도한 존재라고 배운 어린 학생의 입장에서만 이 영화가 재미있었을
- "재미"라기 보단 "몰입"이 낫겠다 - 거라는 게 아니다. 당시의 지식인이었다 해도
이 영화가 전혀 황당한 얘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 당시엔 소련이든 미국이든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슨 수단
이든 쓸 의도가 - 최소한 강경파들에게는 - 있었다. (이 영화는 당시 미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풍자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공산주의의 위협이 실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둘째는 당시의 심리학: 잘 모르긴 하지만 당시엔 행동주의(behaviourism)가
심리학의 주류였고 그래서 영화에서 묘사된 식의 인간조종이 지금에 비해 그럴 듯하게
보여지지 않았을까 싶다.
말했듯이, 이젠 줄거리가 황당하게 여겨지지만, 포로들의 세뇌 상태를 보여주는 초반의
장면(위 사진)은 지금 보기에도 꽤 섬뜩했다. 그리고 영화는 상당히 다층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기차에서 자네트 리를 만나는 장면이 특히
수수께끼 같다. 끝무렵에 엄마가 아들(로레스 하비)에게 키스하는 장면도 요상하다. 그
외에도 뭔가 묘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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