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ath of Stalin
1950년대 소련의 권력자들을 풍자한 코미디. 영국의 정치풍자 TV드라마로 명성을 쌓은 사람의 영화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영화로서의 무게감이랄까 그런 건 좀 약하다. 기억에 남은 대사 하나: 스탈린이 죽고 자리를 계승한 말렌코프가 -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 어떤 사안에 대해 처음에 "No.. problem"이라고 했다가 곧 "내 말뜻은 'No. Problem!'이었다"고 말한다. 즉 처음엔 "문제없다"였다가 나중엔 "안돼. 문제 있어!"가 된 것이다. 정치가들의 말 바꾸기를 풍자한 것이다.
Lumière!
뤼미에르의 시네마토그라프로 촬영한 영화 100여 편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먼저 놀라운 것은 화질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나중에 자료를 보니 4K로 복원한 것이란다. 그래도 100년이 넘은 필름인데.. 화질이 쇼킹할 정도다. 영화 자체는 대부분 전에 본 것들이지만 - 지금 찾아보니 1996년에 DVD로 출시된 것과 거의 같은 것 같다 -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몰랐던 것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 준다. 예를 들어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은 예전엔 그냥 카드놀이하는 걸 찍었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연출한 것이 분명했다. 50초밖에 안 되는데 많은 액션이 있다. 특히 뒤쪽의 하인은 오버액션이다.
What Will People Say
노르웨이에 사는 파키스탄인 가족의 10대 딸이 이슬람의 관습 때문에 겪는 고난을 묘사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니?"라는 제목에서 주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초반에는 보면서 "뻔한 얘기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영화는 때때로 스릴러처럼 진행되기도 한다. 도덕적 관점도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다. 딸이 밤에 남자친구를 방에 몰래 들인 것이 - '로미오와 줄리엣'을 상상하면 되겠다, 성관계는 없지만 - 발각된 후 아버지가 크게 야단을 치는데 그는 서양 문화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Loneliness will kill you!" "자유의 대가는 외로움"이라는 C.S. 루이스의 말이 떠오른다.
The Heiresses
이번 전주에서 본 것 중 가장 평가해주고 싶은 영화다. 배경은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 60쯤 되어보이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다른 여자와 30여 년 동거하고 있었는데 - 동성애인데 영화 처음에는 잘 알 수 없다 - 그 파트너의 잘못으로 상속 재산을 다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그 파트너는 사기죄로 감옥에 들어간다. 혼자 남겨진 여자는 어쩌다가 동네의 돈 많은 노부인들(70-80대로 보인다)을 위해 자신의 벤츠 승용차로 일종의 사설 택시 운전을 하게 된다. 그동안 운전은 거의 그녀의 파트너가 했었고 자신은 사실 운전면허도 없다. 그 벤츠 자체도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이 운전 행위는 (아마도) 처음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자유를 상징하는 듯하다. 스토리의 핵심은 이렇게 다른 여자들을 위해 운전을 해주다가 젊은 - 자신보다 젊은 - 매력적인 여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게 나오지는 않지만, 여자의 심리가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마지막에 여자는 '해방'을 선택한다.
Detroit
1967년 디트로이트의 흑인 폭동 와중에 발생한 '알제 모텔 사건'을 극화한 영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다. 재미있게 볼 수는 있었지만 이런 영화를 볼 때 항상 드는 생각은 "얼마큼 사실에 가까운가?"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영화일 때는.
Matangi/Maya/M.I.A.
스리랑카 태생의 영국 가수 M.I.A에 대한 다큐멘터리. 그녀는 타밀족으로서, 타밀족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이기도 한 모양이다. 반쯤 졸았기 때문에 별로 할 얘기는 없지만, 가끔 반감이 들기도 했다. 스리랑카 내전이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타밀 반군도 국제적으로 테러단체로 지정된 적이 있다. 예전 같으면 별 생각 없이 봤을 텐데 요즘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내 자신이 우경화되는 걸 느낀다.
The Cakemaker
동성애 영화 + 음식 영화 + 독일-유태인 화해 영화 + 남녀 로맨스 영화.
재미있기는 하다. 수입이 된 것 같다. 독일인 주인공이 미망인을 찾아 간 목적이 모호하다.
항구 마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사랑했던 작은 마을 우시마도..."라고 소개에 나와 있어서 그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괜찮은 다큐멘터리였다. 개발에서 소외되고 거의 노인들만 남은 마을을 보여준다. 통일된 내러티브가 없는 게 흠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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