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춘쌍곡선

idlemoon 2009. 6. 17. 00:44


색다른 경험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환상여행을 한 것 같은 그런. 내가 고향이 부산이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태어난 바로 그 무렵에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에 나오는
로케이션들에 대한 실질적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영도다리는 본 것 같다. 영화에 나오듯
당시의 영도다리는 배가 지나갈 때 다리의 양쪽이 들어올려지는 '개폐교'였다) 어떤 근원적
향수를 자극한 것 같다. 김희갑(그렇게 젊다니!)이 부르는 '이별의 부산정거장' 같은 노래들도
새롭게 다가왔다. 가끔 오다가다 들을 때는 그냥 '옛 노래'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이 영화에선
정말 '저들의' 한을 담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당시의 시대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 것도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기록적 요소 위에 낭만적 판타지가 있다. '노스탤지어'란 단어의 정의를
보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인데 그 과거는 종종 이상화(idealize)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영화가
나의 실제 과거와 닮은 것도 아니고 나의 이상화된 과거라고 말하기도 힘들겠지만, 어쨌든
과거를 낭만적으로 - 혹은 꿈같이 - 회상하게 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웃기려고 한 장면들은 물론 현 시대에 맞지 않지만, 유치하게 여겨지기 보다는 뭐랄까 아주
귀엽게 보였다. 유치하게만 보였다면 위에서 말한 낭만적 향수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잘
만든 영화는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봤는데, 극장에 들어갔을 때 안에 아무도 없었다. 상영 시작까지 10분도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야 이런 극장에서 홀로 영화 보는 건 처음이다'라며 좋아(?)
했는데 좀 있으니 몇 명 들어왔다. 그래도 전부 10명이 안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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