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최고의 성장영화"라고 했단다. 영화학교/학과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영화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분명 양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극찬을 받을 만한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예술작품에 모호함이 좀 있는 것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바람직한 것이기도
할 테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정도가 심하다. "얘기했어?" "뭘?" "알잖아?" "뭘?" 시종 이런
식이다. 가장 답답했던 건 끝 무렵에 기태 아버지와 동윤이 만났을 때다. 드디어 이야기가
좀 나오겠구나 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대사 약간이랑 시간 경과 후 동윤이 술이 좀 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다. 허. 이건 모호함이 아니라 무책임 아닌가. 내가 뭘 놓치고
있나.
내가 최대한 이해한 바로는, 기태는 동성애자이고 또한 어머니가 없는 것으로 인해 애정
결핍인 아이다. 그러나 이 두 요소는 내가 보기에 서로 따로 논다.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면 둘 중 하나만 주제로 잡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이라 해도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 특히 고등학교에서 -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것이라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관객한테까지
숨겨야 하나. 예술에서 동성애는 더 이상 금기시되는 소재가 아니다. 오히려 유행하는 것
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왜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가. 기태 자신이 성정체성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좋다. 그런 캐릭터도 충분히 소재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성정체성이 모호한 건지도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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