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오리지널 <혹성탈출>에 대한 기억과 씨네21 및 imdb의 평점으로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껍데기만 침팬지고, 그냥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반란을
일으키는 상투적 스토리다. 인간 집단이 그러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초자연적
점프 능력을 가졌다는 것 정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슈팅게임 같은 것에 익숙해져서 아마
그 정도 점프는 당연한(?) 것일 테다. 시저가 침팬지들 사이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은
그나마 좀 침팬지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게 여전히 너무나 인간스럽다. 말했
듯, 인간이 침팬지 껍데기를 쓰고 있는 것뿐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種이 지적이 되어가는 과정 - 얼마나 궁금한가. 물론 인류가 아직 그런
걸 본 적이 없으니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뭔가 '다른'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과 별 다른 바 없이 되는 種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걸 보는 건 무슨
재민가.
우리말 제목 <진화의 시작>에 속은 건지도 모르겠다. 미심쩍어 하면서도 원제목의 rise가
그런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가부다 했다. 영화를 보고 난 지금은 그냥 "침팬지의
득세" 정도가 맞겠다는 생각이다. "Rise of China"라고 할 때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부제를 "Fall of the American Empire"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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