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자국 문화에 한정된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영화의 거의 절반까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티켓 카탈로그'에 있는 몇 줄의 소개를 읽긴 했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제목의 '다치구이시'가 영어로 'fast food grifter'로 되어 있었고
'grifter'란 단어의 뜻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 <Grifters>란 영화도 있었다)
역시 처음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국 문화에 한정"이란 건 상대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이 미국처럼 세계의 경제와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면,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치구이시는 우동, 소바 같은 '패스트 푸드'를 시킨 다음
음식에 대해 트집을 잡아 돈을 안 내는 사람을 말하는 듯하다.
영화는 2차대전 패전 이후부터 현재까지 '전설'로 내려오는 다치구이시들에 관한 얘기(열전)다.
실제로 존재한 건 아니고 소위 말하는 '도시전설(urban legend)'이다.
도시전설의 대표적인 예로서 '사라지는 히치하이커'가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Vanishing_hitchhiker
이 영화에서도 끝에 잠시 언급된다.
차에 태워줬는데 다시 돌아보니 없더라는 얘기다.
음식을 공짜로 얻어먹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도시전설이 된다는 것부터
우리나라에서 (내가 아는 범위에선 서구에서도) 이해하기 힘든데다가
일본식 우동의 다양한 요리법을 모르니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외국인이 '묵은지'가 뭔지 어떻게 알겠는가.
영화는 캐릭터들의 대사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레이션이 이끌어가고 있는데,
다치구이시에 대한 인류학적인 조사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은 실사 사진을 가지고 컴퓨터로 컷아웃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었다.
이해는 힘들었지만 배울 점은 많이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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