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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의 의미

누구나 통근 시간이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통근이 집과 직장을 심리적으로 분리하는 하나의 의식(ritual)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통근이 아예 없으면, 즉 재택근무를 하면 일의 능률이 안 오르고 휴식도 잘 안 된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일을 분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옷을 출근할 때처럼 차려 입는 것이다. (복장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집중해서 관찰해야 하는 상황에서 흰 실험실 가운을 입으면 실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유명한 실험 결과가 있다.) 업무 시작과 끝에 방의 조명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팔다리 운동을 하거나 잠시 산책을 갔다오는 것도 좋다. 일이 끝나면 컴퓨터를 천으로 덮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 "The Psychological ..

카테고리 없음 2021.06.17

駅 (Station)

후루하타 야스오의 1981년 영화다. 구하기 힘든 영화라 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 군데 대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장면에 눈 내리는 역에서 주인공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떠나 보내는데, 아내와 동행하는 남자(장인?)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괄호 안은 한글 자막. What could have been done? (다시 시작해주게) 10 minutes of hesitation. (그 애 마음 고생이 컸어) That was the only mistake. (단 한번의 실수 아닌가?) You should get it out of your head. (잊어주게) 처음에는 한글자막으로만 봤는데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누구/무엇 때문에 헤어지는 건가? '네..

영화 2021.06.08

나의 추리

한 명의 '방구석 탐정'으로서 손정민 사망 사건에 대해 추리를 해 보았다. 며칠 전에 정민의 양말이 발등까지 흙이 묻어 있고 발목부터는 깨끗하다는 기사를 보고 "아" 하는 느낌이 있었다. 물에 걸어 들어간 게 거의 확실해 보였다. 다만 사망 원인으로 금방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물살에 넘어졌을 거라는 (상식적인) 생각이 들었다. 술에 취해 있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친구 A는 그것을 봤고, 도울 수 없었다는 것이 사건의 본말이 아닐까 한다. A의 신발을 그의 부모가 버렸다고 하는데, 물에 들어간 증거일 것이다. 정민과 같이 들어갔든, 자신은 밖에 있다가 정민이 넘어지는 걸 보고 급하게 들어갔든, 들어갔을 것이다. 정민은 신발을 벗었고 (신발을 신었다면 양말이 그렇게 더러워지지 않았을..

카테고리 없음 2021.05.30

'탄핵의 강' 건너기 어렵다

동아일보의 송평인 논설위원이 "윤석열 안철수 국민의힘의 이기는 연대"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래와 같이 썼다. 이건 주류 언론 중에서 처음으로 박근혜 탄핵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란다... 그동안 TV조선을 봤는데 채널A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 탄핵의 강은 유승민이 바란 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건너기는 어렵다. 금태섭과 권성동이 만든 국회 탄핵소추안은 엉터리였다.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은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을 뇌물로 규정한 소추 내용을 헌법상의 영업 자유 침해로 슬쩍 바꿨다. 검사의 공소장을 판사가 멋대로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후에 윤석열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을 뇌물로 기소했으나 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탄핵은 사법 절차처럼 상소나 재심이 가능한 제도가 아..

카테고리 없음 2021.05.23

가상화폐의 내재가치

명제(P):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 이 주장에 대해 일반 화폐도 내재가치가 없는 건 마찬가지라는 반박을 자주 듣는다. 일반 화폐(지폐)가 그 자체로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니까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반박은 요점을 벗어났다. 화폐의 (교환)가치는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 가령 "물 한 통의 가격을 1,000원으로 하자"라고 약속하는 것이다. 화폐 자체에 가격이란 없다. 굳이 말하자면 1,000원 지폐의 가격은 그냥 1,000원이다.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하는 집단 사이에서는 물론 상대방 화폐의 가격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를 한 집단 내에서 화폐의 가격이란 의미가 없다.) 그러나 디지털코인은 일반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오른다. 그..

카테고리 없음 2021.05.18

전주 2021

10대 소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혼자 있는 집에 밤에 홀로 들어간다... 그 젊은 남자 스타는 에로 영화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윤리적으로 대한다... 그래도 몇 군데 스토리 라인이 허술한 데만 없었으면 필리핀 영화라는 걸 감안해서 후한 점수를 줬을 것 같다. 죄수들이 연극 공연을 하는 이야기.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 해서 흥미 있게 보았는데, 끝나고 나서 약간 속은 기분이었다. 실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크게 뻥튀기하지 않았나 싶다. 구글 검색을 해보았는데 별로 나오는 게 없다. (실화 여부를 떠나 만듦새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 "말을 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은 36개가 있지 않다." 옛날 할리우드 감독인 라울 월시가 이 말을 했다는데, 이 실험영화는 한..

영화 202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