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라는 사람이 과거에 어떤 죄를 지어 형을 선고 받았던 것에 대해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인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 다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자랑스럽지 않다"는 표현은 흔히 부끄러움을 완곡히 인정할 때 사용된다. "너 그 짓 하고도 부끄럽지 않냐?"라는 말을 듣고 내가 "자랑스럽지는 않다"고 말한다면 그건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조국의 말은 모순이 된다. 바로 이어서 "부끄럽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잘못했지만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물론 자랑도 아니고 부끄러움도 아닌 중립적인 상태를 의미한 거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