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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지 않다

조국이라는 사람이 과거에 어떤 죄를 지어 형을 선고 받았던 것에 대해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직관적으로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인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 다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자랑스럽지 않다"는 표현은 흔히 부끄러움을 완곡히 인정할 때 사용된다. "너 그 짓 하고도 부끄럽지 않냐?"라는 말을 듣고 내가 "자랑스럽지는 않다"고 말한다면 그건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조국의 말은 모순이 된다. 바로 이어서 "부끄럽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잘못했지만 잘못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물론 자랑도 아니고 부끄러움도 아닌 중립적인 상태를 의미한 거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잘..

카테고리 없음 2019.08.16

MH370

5년 전에 말레이시아 비행기가 인도양에서 실종된 사건을 아마 대부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것이다. The Atlantic 지난 7월호 커버스토리가 이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읽고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대개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종합적으로 사건을 정리한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4년 3월 8일 12:42AM에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이 쿠알라룸프르 공항을 이륙했다. 목적지는 베이징이었고 승객 227명이 타고 있었다. 이 비행기는 말레이시아의 관제를 벗어나 베트남의 관제로 들어가는 길목인 A지점(아래 그림)에서 방향을 급격히 틀었고 곧 관제소의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륙 후 39분이 지난 1시 21분이었다. 53세 기장 자하리 아흐마드 샤의 자살 비행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최종 추락까지 많은 ..

카테고리 없음 2019.08.12

사진

며칠 전 태국에서 있었던 ARF 외교장관회의 때 사진. 폼페이오와 고노 두 장관의 넥타이 색깔이 같다(팩맨TV에서 알게 되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재밌다. 미국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걸 암시하는 것 같다. 어떤 블로그를 보다가 "경제 침략"의 어불성설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다. 부부가 잘 살다가 싸우고 헤어졌는데 그 때문에 한쪽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하자. 이때 그 사람이 그 이유로 "경제 침략을 당했다"고 말한다면 황당하지 않겠는가? 헤어졌는데 웬 (경제적이든 뭐든) 침략? ------------------------------ 좌파들의 논리는 이런 것 같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당하면 괴롭다. 경제 침략을 당하면 괴롭다. 따라서 일본의 경제보복은 경제 침략이다. 저번에 영화 에 대해 말한..

카테고리 없음 2019.08.07

경제 침략?

주류 언론 중에서는 거의 TV조선만 보는데, 어제 '앵커의 시선'에서 '(일본의) 경제 침략'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당 의원들이 헛소리하는 건 이제 그냥 코웃음 치고 넘어가는데, 그래도 좀 옳은 말 하는 TV조선이 그 표현을 따라 하다니. 경제 침략은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고 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이번의 조치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뭔가? 문재인도 말했듯이 일본도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 미중간의 무역전쟁과 다르다. 지금은 미국이 피해를 보는 게 사실이지만 전쟁에서 이기면 -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 이후에는 혜택을 본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일본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서 그들이 경제적 이익을 볼 것은 거의 없다. 대법원의 판결은 4명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그 ..

카테고리 없음 2019.08.03

반일감정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산업화가 촉진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맞는 말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니라 해도 논의를 위해 그렇다고 가정하자. 그랬을 때 일본의 식민 지배가 정당화되는가?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너희들이 2등 시민으로 사는 데 동의한다면 아주 잘살게 해주겠다"고 제의한다면 받아들일 사람/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 아베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서 나라의 주권을 잃는다든지 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내 말은 자존심과 실리를 항상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의 원수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어하지 않는 -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해도 - 사람에게 우리는 뭐라고 하기 어렵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는 말들을 하지만, 자존심은 ..

카테고리 없음 2019.07.27

어미소의 죽음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6/2019071690101.html 어미소가 어떻게 심한 화상을 입었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 축사 울타리를 부수고 나오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최초 발화 지점이 그 소의 몸이 아닌 이상, 다른 새끼 소들은 멀쩡한데 (뉴스 내용으로 봐서 그런 것 같다) 자신만 치명적인 화상을 입은 건 불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뉴스를 봤을 때 먼저 든 감정은 슬픔보다 분노였다. 난 적어도 포유동물은 말만 못할 뿐 인간과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믿고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가. 주변에 끝없는 고통의 바다를 방치하면서 세포 하나(수정란)를 인간이므로 죽여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어제 집에 오는..

카테고리 없음 2019.07.20

사돈 남 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에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일본에 강경 일변도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얼마 후 박지원 평화당 의원도 글을 올려 유의원을 겨냥한 듯 "북중에 강하듯 일본에도 똑같이 하면 더 좋으련만 사돈 남 말 하듯 하시네요"라고 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넌 왜 A를 싫어하고 B만 좋아하냐?"라고 하니까 그 다른 애가 "그럼 넌 왜 B는 싫어하고 A만 좋아하냐?"라고 반박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는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그 자체가 문제이다. 그러나 유승민의 발언은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한 것이다. 유의원은 그 요구를 하기 전에 그래야 하는 이유를 ..

카테고리 없음 2019.07.15

자사고 내로남불

다수 고위 관료들의 자녀가 자사고, 특목고 등을 다니거나 다녔다는 사실이 보도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조희연과 유시민 두 사람이 했던 변명을 알게 되었다(펜앤뉴스). 조희연 것은 작년에 들은 기억이 나는데, 유시민 것은 처음 듣는다. 조희연은 "양반이 양반제도 폐지를 주장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했고 유시민은 "외고를 졸업한 딸이 외고를 없애야 한다더라"고 했단다. 조희연 말은 논리적으로 너무 허술하다. 양반이 양반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게 설득력 있는 이유는 그 제도가 폐지되면 자신이 누렸던 양반으로서의 특권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형 사립고는 폐지되더라도 거기를 다닌 혜택은 없어지지 않는다. 머리에 든 지식과 인맥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오히려 앞으로 학교들이 하향평준화 되면서 과거에 엘리트 학교를 ..

카테고리 없음 2019.07.12

셰익스피어는 여자였나?

The Atlantic 지난 6월호에 "Was Shakespeare a Woman?"이라는 글이 있었다. 저자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인 엘리자베스 윙클러.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쓴 게 아니라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해왔고 그중에는 랄프 왈도 에머슨, 지그문트 프로이트, 마크 트웨인, 찰리 채플린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있다. 그 주장의 주된 근거는 그의 생애에 관한 자료 중에 작가임을 보여주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배우, 극단의 주주, 대금업자 등을 했다는 건 자료가 남아 있다. 세금을 회피하거나 곡물을 사재기한 걸 보여주는 자료도 있다. 그러나 전문 작가임을 보여주는 원고, 편지, 지불 기록(셰..

카테고리 없음 201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