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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배우 이선균 사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마녀사냥'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건 맞지 않은 말인 것 같다. 현대에는 실제로 마녀를 믿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마녀사냥이라는 건 없고, 그 용어가 은유적으로만 쓰인다. 그래서 그 개념의 적용이 조금 느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마구잡이로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정확히 정의하긴 어렵지만 내가 보기에 공통 요소는 어떤 사람(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 반정부 인사를 공산주의자로 몰았던 것이 한 예가 되겠다. 2016년의 박근혜 탄핵 열풍도 물론 한 예다. 한국 사회에 마약 문제가 심각하고 이선균이 그 문제에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었다면, 그래서 그를 집단적으로 비난했다면 아마 마녀사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카테고리 없음 2024.01.13

이태원 압사 사고

난 처음엔 앞에 있는 사람 한 명이 우연히 넘어지고 뒷사람이 그것에 걸려 넘어지고.. 그래서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서 하나가 걸리면 계속 쌓이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넘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고, 설혹 한 명이 넘어지려 해도 주변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붙잡았을 것이다. 또 실제로 넘어졌다고 해도 뒷사람이 멈췄을 것이다. 자신이 밀리고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난 뒤에서 사람들이 밀어서 생긴 사고가 확실하다고 본다. 실제로 그런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온다. 밀리는 상황이라면 넘어지는 사람을 돕거나 멈출 수가 없다. 자신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지라면 아마 쉽게 밀리지 않았을지 모른다. 일부 남자들이 버틸 수도 있..

카테고리 없음 2022.10.31

걸다

한동훈 장관이 국감장에서 "전 장관직을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거시겠냐"라고 한 것에 대해 일부 의원과 유튜버들이 그가 국감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국어사전에서 '걸다'를 찾아보면 여러 의미가 있는데 관련 있는 건 다음 두 개다. 1. 돈 따위를 계약이나 내기의 담보로 삼다. 2. 목숨, 명예 따위를 담보로 삼거나 희생할 각오를 하다. 한 장관이 자신의 결백에 "장관직을 걸겠다"는 말만 했으면 2번의 의미가 확실하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상대에게 뭘 걸겠냐고 물었으므로 '내기'의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도박'은 아닌 것 같다. 도박은 사전에 따르면 "돈이나 재물을 걸고..."라고 되어 있다. 한 장관은 돈이나 재물을 건 게 아니다. 자기가 이겨도 재정적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2.10.30

'바이든'과 '날리면'

'글로벌펀드'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을 퇴치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운동이다. 윤 대통령이 참석했던 '7차 재정공약회의'는 그 펀드의 일곱 번째 모금 활동으로서 180억 달러를 최소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정부도 일정액을 공약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린다"는 말을 하겠는가? 미국 의회가 승인을 안 해주면 아마 바이든이 (미국도 공약했을 테니까) 창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여소야대의 국내 상황에서 자신이 (우리 정부가) 공약한 게 지켜질 수 있을지가 더 염려되었을 것이다. A, B 두 남자에게 적십자 직원이 찾아와 기부를 부탁했고 둘 다 백만 원을 내겠다고 약속했다고 하자. 그런데 둘 다 아..

카테고리 없음 2022.10.01

성사(成事)

대통령 부인 김정숙이 중동순방 때 피라미드를 비공개 방문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집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비공개 공식 일정이라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성사'라는 단어는 보통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 때 쓰는 말이다. 가령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고 하면 한쪽 혹은 양쪽이 어떤 양보를 하여 성사되었다는 의미가 (대개)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위 청와대 발표문에는 그런 게 안 느껴진다. 이집트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물론 다른 일정이 너무 많았거나 문재인이 싫어했거나 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예를 들어 "일정을 조정함으로써 성사가 되었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실제로 성사가 된 건 '이집트의 요청'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이집트가 요청을 해서 방문..

카테고리 없음 2022.02.03

이적 행위?

김건희 녹취록이 공개된 어제 MBC의 방송 후 류근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SNS에 이렇게 썼단다. "김건희 악재를 호재로 바꿔주는 이적 행위를 시전(펼쳐 보임)했다" 이적 행위를 한 주체가 누구인가? 물론 MBC(혹은 그 프로그램 담당자)일 것이다. 즉 MBC가 이적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윤석열/국힘은 MBC의 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정치 중립이어야 하는 방송국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현재 우리나라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말한 사람(류근)한테 적이지 MBC의 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반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해석될 수 없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상대편에 유리한 판정을 했을 때 우린 "당신 이적 행위를 했어!"라고 일반적으로 말하지..

카테고리 없음 2022.01.17

Alone

I never thought Michiko would come back 미치코가 환생할 거라고 생각한 적 없다. after she died. But if she did, I knew 그러나 돌아온다면 난 그녀가 it would be as a lady in a long white dress. 긴 흰 옷을 입은 여인으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It is strange that she has returned 그녀가 다른 사람의 달마티안으로 돌아온 건 as somebody's dalmatian. I meet 신기하다. 난 그녀를 줄에 묶어 the man walking her on a leash 산책하는 그 남자를 거의 매주 만난다. almost every week. He says good morning 그는 ..

2021.12.02

반드시 반듯이

윤석열이 "오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써서 문제가 되었다. 울타리가 30˚쯤 기울어져 있다고 하자. 이때 "똑바로 (반듯이) 세우겠다"가 맞을까, "꼭 (반드시) 세우겠다"가 맞을까. 당연히 전자가 맞다. 후자도 완전히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30˚ 기울어도 여전히 서 있는 거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세우겠다"고 말하는 건 어색하다. "세우겠다"는 말은 그게 없거나 (가령 "여기에 울타리를 세우겠다") 넘어져 있을 때 어울린다. 윤석열이 광주에 가서 감히 오월 정신이 없다거나 넘어져 있다는 암시를 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반듯이'가 맞다. 한편 몇 개월 전에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민주주의를 반듯이 지키겠다"고 썼다는데, 여기서는 '반드시'가 맞는 것 같다. "가족을 반듯이 지켜..

카테고리 없음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