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두 개를 읽은 걸 토대로 했을 때,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1. 인간을 싫어하고,
2. 돈만을 추구한다.
돈을 탐하는 건 보편적인 거니까 별다른 동기가 필요없지만, 인간을 싫어하는 건 그 이유나
과정이 소개되는 게 좋지 않을까. 즉,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관객이 하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잘못 본 건진 모르지만, 인간을 싫어하는 게 (고백 외에는)
잘 드러난 것 같지도 않다. 아들을 끔찍히 아끼는데 그게 다 쇼였단 말인가? (메리가 아버지
한테 맞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종교를 싫어하는 건 확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 역시
동기가 궁금하다. 일라이를 폭행할 때 '아들이 다친 것'을 이유로 대는 것 같은데 그것으론
부족하다.
돈을 일반적인 사업가 이상으로 지나치게 탐하는가? 이 역시 나는 좀 의문이 든다. 선데이
집안의 땅을 살 때 석유가 있다는 걸 숨김으로써 부도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라이가 석유 얘길 꺼내면서 그 '부도덕성'이 희석되어 버린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치 있지 않은가. 주인공이 어떤 나쁜 행동을 하려고 하는데 주변 상황이나 사람이 그러지
못하게 하는 것.
사람을 죽인 건 확실히 문제행동이다. 부도덕 정도가 아니라 범죄행위다. 하지만 그것은
돈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하기가 힘들다. 그를 놔줘도 자신의 사업엔 아무 지장이 없지 않나.
이런 이유들로 해서 난 영화의 결말이 와닿지 않았다. 제2의 살인도 그렇고, 아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폭발 사고 이후로 아이가 아버지를 멀리하기 시작한 건 보이지만, 20년 정도 후에
그렇게 원수지간 같이 되려면 좀 더 과정이 소개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원작이 업톤 싱클레어의 "Oil!"이라는 책이라고 하는데, 거긴 아들이 사회주의자가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자본가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주축인 것 같다. 그렇다면 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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