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줄 알았다... 그냥 범죄가 너무 많아 노친네가 살기 힘들다는
것 외에 무슨 얘기가 있나? '징악'으로 끝나지 않고, 노인네가 철학스런 얘길 좀 늘어놓으면
'메시지'가 있는 영화가 되는 걸로 생각한 건가? 그냥 소박한 제목이었으면 이런 반감이 안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대항하기 힘든 어떤 강력한 존재 - 그게 귀신이든, 괴물이든, 악랄한 갱이든 - 에 쫓기는
얘기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과 다를 바가 뭔가. 그런 틀 내에서는 아주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뭔가 있는 척 안 했으면 좋겠다. 사람을 '신선하게' 죽인
걸로 족하지 않나? 그리고 그 "틀" 안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안톤 쉬거가 너무 초능력적인 건 어차피 장르 영화니까 그렇다 치자 (속수무책의 현대의
범죄에 대한 알레고리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영화의 다른 부분들이 그런 해석을 받쳐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영화를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 모든 귀신영화는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한 알레고리로 해석할 수 있을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우연이 너무 많다는 거다.
첫 모텔에서 모스와 쉬거가 동시에 돈가방을 찾는 것. 다음 모텔에서 모스가 돈가방에서
무선송신장치(transponder)를 발견한 때와 쉬거가 찾아온 때가 일치하는 것 등.
그 송신장치의 통신 반경이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은데 잘도 찾는다. 뭐, 통신기술적인 건
잘 모르니 넘어가자.
모스가 가방을 통풍구에 숨기는 것도, 그 다음에 다른 방에서 꺼내게 될 걸 예상한 듯하다.
쉬거의 '무기'도 영화를 볼 땐 그냥 "신기하다" 정도였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좀 이상하다.
그냥 압축공기가 터져 나오는 거라면 (맞나?) 그걸 쏘는 사람도 튕겨져 나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공기도 옆으로 새어 나가지 대상에 집중될 것 같지 않다. 압축된 공기를 벽에다
분사하는 걸 상상해보라. 노즐을 벽에 바짝 댄다고 해서 벽이 아주 약하지 않은 한 구멍이
날까? 노즐이 (그리고 내 손이) 뒤로 튕기면서 공기는 옆으로 퍼져 나가지 않을까.
얼마 전에 <파고>를 다시 봤는데 그게 훨씬 낫다. 주요 캐릭터들 - 차 세일즈맨, 스티브
부세미, 경찰 아줌마 등 - 이 참 재밌다. 살아 있는 것 같다. 근데 <노인은...>은 좀 뭔가를
보여 줄 수 있었을 토미 리 존스는 맥빠진 얘기만 하고 있고, 쉬거는 캐릭터라고 할 것도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니라 "노인을 위한 영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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