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영화 이렇게 재미있게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옛날에도 물론 재미있게 봤었지만,
그 동안 인생을 더 살았고, 영화도 더 많이 봤고,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자막으로 꼼꼼히
보니 대사가 참 재미있었다. 웃기다기 보다는 - 가끔 웃기기도 하지만 - 종종 다층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뭐랄까, 감칠 맛이 난다. 한글자막으로는 알 수 없는 한 예를 여기
올린다.
매들린(킴 노박)이 감사의 편지를 존(제임스 스튜어트)의 집에 넣어 놓고 돌아가려는데
문간에서 존을 만난 장면이다. 존이 손에 들고 있는 게 그 편지다. 편지의 내용이 직접
소개되지는 않지만 아마 끝에 "I hope we will meet again sometime."이라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존의 "I hope we will, too"는 그것에 대한 반응이다. 즉, "나도 (언젠가 다시
만나길) 희망합니다"라고 한 것이다. 매들린이 "What?"이라고 되물은 건 존이 어떤 맥락
에서 "나도 희망합니다"라고 한 건지 몰랐기 - 존이 소리를 내어 편지를 읽은 게 아니니까
- 때문이다. 존은 "다시 만나는 거요"라고 대답하고 거기에 매들린은 "We have"라고 답
하는데, 이미 다시 만났다는 뜻이다. 대화를 하고 있는 이 현재 다시 만난 것이니까.
매들린의 "We have"라는 대답은 일견 존의 말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다시' 만났으니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당신이
원하는 '다시 만남'을 지금 하고 있으니까 대시(?)를 해도 좋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꿈보다 해몽인가?
이어지는 장면이다. 매들린이 떠나면서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냥 돌아다닐(wander) 거라고
하니까 존이 나도 그럴려던 참이다고 말하고 있다. 동행하고 싶다는 뜻이다. 아래 스틸의
매들린의 대사는 실제론 바로 이어지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겠다.
방황(배회)는 혼자서 하는 거죠. 둘이서는 항상 어디론가 가죠.
韻도 맞췄군요. Only one... two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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