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전주 2018

The Death of Stalin 1950년대 소련의 권력자들을 풍자한 코미디. 영국의 정치풍자 TV드라마로 명성을 쌓은 사람의 영화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영화로서의 무게감이랄까 그런 건 좀 약하다. 기억에 남은 대사 하나: 스탈린이 죽고 자리를 계승한 말렌코프가 -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 어떤 사안에 대해 처음에 "No.. problem"이라고 했다가 곧 "내 말뜻은 'No. Problem!'이었다"고 말한다. 즉 처음엔 "문제없다"였다가 나중엔 "안돼. 문제 있어!"가 된 것이다. 정치가들의 말 바꾸기를 풍자한 것이다. Lumière! 뤼미에르의 시네마토그라프로 촬영한 영화 100여 편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먼저 놀라운 것은 화질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나중에 자료를 보니 4..

영화 2018.05.09

Blade Runner 2049

전혀 기대를 안 했고 그래서 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평들이 상당히 좋았다. 씨네21 전문가 별점 8.3, IMDB 8.3, Rotten Tomatoes 8.2 등. 그래서 생각보다 괜찮나... 하면서 찾아 봤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다른 건 차치하고, 스토리의 핵심인 '아이의 탄생'에 대해 얘기하겠다. 그게 왜 '기적'인가? 레플리컨트는 기술적으로 - 생물학적으로 - 아이를 낳기 힘든데, 그게 성공해서 기적이라는 건가. 비유하자면, 무인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게 매우 어려운데 그게 성공해서 '기적'이라고 말할 때와 같은 것인가? 그러나 이 영화에서 '기적'은 단순히 그런 기술적 성공을 의미하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럼 뭔가?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영화 2018.01.04

두 번째인데도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최고의 영화의 하나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겠다. 아래는 귀도가 도움을 얻기 위해 고용한 작가/평론가(사진 왼쪽)의 대사. 영화의 거의 끝에 나온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종의 위생(衛生)이죠, 청결, 소독. 우리는 존재할 권리가 없는, 공허에서 나와서 공허로 사라지는 말, 이미지, 소리들에 질식되어 있죠. …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면 무(無)가 가장 완벽한 것이죠. 이런저런 인용을 한 것 용서하세요. 그러나 우리 평론가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임무는 매일, 가당치도 않게, 세상에 나오려는 수많은 유산아(流産兒)들을 쓸어내는 것입니다.

영화 2017.12.23

부산 2017 (2)

Makala 아프리카 콩고. 부인과 어린 아이가 있는 한 젊은 남자가 혼자서 큰 나무를 베고, 그것으로 숯을 만들고, 그 만든 숯을 자전거에 실어 도시로 팔러가는 과정을 관찰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재래식으로 숯을 만드는 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데, 유튜브에 보면 영상이 있다. (2010)란 영화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어쨌든 그렇게 숯을 혼자서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자전거에 잔뜩 실어 (위 사진 왼쪽에 모퉁이가 보인다) 며칠에 걸쳐 걸어가는 과정은 '생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숯이 나무보다는 가볍지만 포대에 담아 자전거에 넘쳐나도록 실었기 때문에 약간의 비탈길도 힘들다. 지나가는 트럭 때문에 자전거가 넘어져 타이어가 펑크나고 숯 일부가 못쓰게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게) ..

영화 2017.10.21

부산 2017

The Florida Project 10년 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에선 집을 잃고 모텔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영화는 플로리다에서 그런 삶을 사는 가족들을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 여자 아이(위 사진, Brooklynn Prince)가 너무 깜찍하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도 드러나듯이 색깔들이 예쁘다. 사람들이 대체로 너무 착하게 묘사되었다는 비판은 가능해보인다. 사회의 하층민이라고 꼭 어둡게 묘사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아름답게 그리는 것도 리얼리티를 무시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게 생각한다면 한 편의 동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고전 동화들이 그렇듯, 비극을 내재하고 있는 그런 동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것도 A24의 영화다! The Wor..

영화 2017.10.19

Dunkirk

어떤 잡지에서 "지적이다(cerebral)"는 코멘트를 얼핏 보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번에는 뭔가 다른 영화를 만들었나 궁금해서 보러갔다. 하지만... 뭐가 지적이라는 건지 알 수 없다. 인터넷을 찾아보다 공감이 가는 글이 있어서 옮겨본다. 뉴욕타임스의 평에 Kim Bruno라는 사람이 쓴 댓글이다. "그러나 영화는 시각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놀란은 시나리오도 자신이 썼는데 왜 그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대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가... 놀란은 피상적인 인물들(cardboard characters)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더 심한 문제는 시각적 내러티브에 문학적 장치(스토리를 뒤섞은 것)를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그건 소용없는 짓이다..." (의역을 좀 했음) 영화 초반에 "해변..

영화 2017.08.15

옥자

재미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예상 외로 흥미가 유지되었다. 연기가 좋고 장면들이 전혀 허술하지 않다. 일급 배우들이라 당연히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배우들을 데리고도 장면이 흡인력 없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토리도 좀 단순하긴 하지만 감독의 이전 몇 영화들에서 느꼈던 논리적 허점이 별로 안 보였다. 적어도, 액션 스릴러가 대부분인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스타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가 좋지만 단편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얽히는 그런 대사와 연기가 아니라, 각각 따로 노는 느낌? 아동 영화를 너무 고예산으로 만든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작비가 낭비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돈 들인 만큼의 퀄리티..

영화 2017.07.27

Agulana

1980년경, 아마추어 영화를 처음 하던 시절에 당시 남산에 있던 영화진흥공사(영화진흥위원회의 전신)에서 봤던 단편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예전에 한두 번 웹에서 찾아봤으나 그런 영화가 있었다는 기록만 있고 동영상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우연히 생각나서 검색했더니 Vimeo에 있었다. 인터넷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76년 영화니까 40년만에 "나타난" 셈이다. 다시 보니 처음의 충격은 화면이 작아 그런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말할 수도 없겠다. 그러나 당시 느꼈던 주관적 경험으로만 보자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어릴/젊을 때 많은 문화적 경험을 해야 한다. 나이 든 후에도 삶을 풍부하게..

영화 2017.05.27

전주 2017 (3)

My Friend Ivan Lapshin 이 좋았기 때문에 게르만 회고전 하나 더 보자 해서 보았다. 실망시키지는 않았지만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On Body and Soul 은, 사실, 볼 당시에는 이해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즐겼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영화는 완전히 몰입되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이게 올 전주의 최고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우 특이한 러브스토리다. 한쪽 팔을 못 쓰는 늙은이와 자폐증(으로 보임) 가진 젊은 여자의 사랑. 배경도 특이하다. 소 도축장이다. 남자는 그 회사를 관리하는 이사("financial director")이고 여자는 새로 부임한, 소 등급을 정하는 "조사관"이다. 둘의 사랑은 둘이 같은 꿈을 꾼다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그 사실을..

영화 201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