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부산 2021

온라인 예매 오픈이 9월 30일 오후 2시였다. 예매할 영화 10편의 순서를 정해놓고 시작하자마자 들어갔는데 1번 영화의 좌석이 절반도 안 남아 있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이후 2~5번의 영화는 이미 매진이었다. 결국 처음 정한 10편 중 5편 정도만 예매에 성공하고 나머지 스케줄은 원래 리스트에 없던 것들로 채웠다. 그런데 내가 첫 번째로 뽑은 영화는 예매 성공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남포동의 롯데시네마인데 센텀시티의 롯데인 줄 알았던 것이다. 난 올해 남포동에서는 아예 안 하는 줄 알고 있었다. 티켓에 '롯데시네마 대영'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 '대영'이란 글자를 무심히 넘긴 것이다. 선입견이란 게 무섭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나이가..

영화 2021.10.14

Umirayushchiy lebed (The Dying Swan)

1차대전 끝나기 전까지는 러시아에 영화가 거의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에 놀랐고(창피하다), 영화의 내용에 놀랐고, 작가가 (여)배우라는 것에 또 놀랐다. "삶은 죽음보다 더 끔찍해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1917년 영화에 이런 대사를 상상할 수 있나. 원작 소설 같은 게 있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IMDB에 보면 시나리오를 쓴 Zoya Barantsevich는 (1914) 등 14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대본을 쓴 건 이것 외 하나가 더 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한글 자막은 씨네스트에 있었던 것 같다.

영화 2021.09.27

駅 (Station)

후루하타 야스오의 1981년 영화다. 구하기 힘든 영화라 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 군데 대사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장면에 눈 내리는 역에서 주인공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떠나 보내는데, 아내와 동행하는 남자(장인?)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괄호 안은 한글 자막. What could have been done? (다시 시작해주게) 10 minutes of hesitation. (그 애 마음 고생이 컸어) That was the only mistake. (단 한번의 실수 아닌가?) You should get it out of your head. (잊어주게) 처음에는 한글자막으로만 봤는데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누구/무엇 때문에 헤어지는 건가? '네..

영화 2021.06.08

전주 2021

10대 소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혼자 있는 집에 밤에 홀로 들어간다... 그 젊은 남자 스타는 에로 영화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윤리적으로 대한다... 그래도 몇 군데 스토리 라인이 허술한 데만 없었으면 필리핀 영화라는 걸 감안해서 후한 점수를 줬을 것 같다. 죄수들이 연극 공연을 하는 이야기.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 해서 흥미 있게 보았는데, 끝나고 나서 약간 속은 기분이었다. 실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상당히 크게 뻥튀기하지 않았나 싶다. 구글 검색을 해보았는데 별로 나오는 게 없다. (실화 여부를 떠나 만듦새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 "말을 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은 36개가 있지 않다." 옛날 할리우드 감독인 라울 월시가 이 말을 했다는데, 이 실험영화는 한..

영화 2021.05.08

The Lady Eve

무슨 뜻인지 한참 생각했다. 같은 복장으로 돌아올 시간이 충분했다? 말이 되나? 옷을 갈아 입을 시간이 충분했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앞뒤 맥락을 봤을 때 아무래도 성적인 걸 암시한 것 같다. "옷도 안 갈아 입은 걸 보면 **할 시간이 충분했다" 혹은 "옷 안 벗고 했다면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 것. 검열이 강했던 시절이라 모호하게 한 것이다. 이어지는 대사는 다음과 같다. 진(바바라 스탠윅): "I'm lucky to have this on. Mr. Pike has been up a river for a year." ("이 옷을 입은 게 다행이었어요. 파이크 씨는 [아마존] 강에 1년 동안 있었어요." 급했다는 의미.) 찰스(헨리 폰다): "Now, look, I..." (당황함) 진의 아버지(찰..

영화 2021.04.20

미나리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 처음에 'A24' 로고가 나오는 거 보고 기대치가 급상승했다. 여태 본 A24 영화는 모두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예외였다. 심심함의 표본이라고 할 만했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서양 사람들은 재미있게 볼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 본다. 1. 시대 배경이 현재인 줄 알고 갔기 때문에 소품이나 방송화면 등이 이상했다. 과거 배경인가? 그렇다면 왜? 궁금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감독이 어릴 때 아칸소 주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단다. 2. 제이콥(스티븐연)은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뭘 했을까? 농사 경험이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의 농부가 미국 이민 갔다는 이야기는 낯설다. 미국에서 처음 농사일을 시작했다면 - 이 또한 낯설다 - 그 과정이 궁금..

영화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