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Go Go Second Time Virgin

와카마츠 코지 1969년. 요즘에는 보기 힘든 감성. 인물의 시선이 향한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take off'할 쪽에) 공간을 약간 더 준 게 마음에 든다. "Mama, I'm taking off"은 이 남자 주인공이 만든 노래의 시작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톤으로 말한다.) 빌리 홀리데이인지 누군지 부르는 '섬머타임'이 영화 중에 나오는데 그 가사 일부가 연상된다: Then you'll spread your wings / And you'll take to the sky. 멜로디 자체도 왠지 비슷하다. 주인공의 대사는 "넌 하늘로 날게 될 거야"라는 ('섬머타임'의) 어머니의 말에 대한 대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사진으로는 잘 알 수 없겠지만, 새벽 시간이다..

영화 2019.09.21

기생충 (2)

전에 올린 나의 촌평에 조금 거친(?) 반응이 있는 것 같아서 약간 부언하려고 한다. 전체적인 분석은 여전히 내키지 않고,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만 생각해 볼 것이다. 영화에서 기택(송강호) 가족이 기생충과 비슷하다는 해석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지하실에 몰래 사는 경우는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겠는데, 박사장집에서 일할 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는 애매하다. 처음 고용이 될 때는 물론 비리가 있었지만,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정당하게 받는데도 기생충이라고 할 수 있나? 기택도 일반적인 운전사 일을 하고, 기우도 보통의 과외 선생을 하고, 충숙도 보통의 가정부 일을 한다. 그런 사람들을 기생충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부잣집 과외를 하거나 가정부 하는 사람은 모두 기..

영화 2019.07.01

기생충

여태 본 깐느 황금종려상 영화 중 최악이었다. 첫 장면부터 "이거 아니다" 싶었다. 공짜 와이파이를 찾는다? 옆집의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개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 대체 인터넷 요금이 얼마 한다고 그러나? 하루 1000원만 절약해도 충분하다. 4인 가족이니까 1인 당 250원이다. 커피값의 1/10, 한 끼 밥값의 1/20이다. 우리에 비해 소득이 1/10도 안 되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다들 스마트폰을 쓴다. (게다가 이 애들이 인터넷으로 하는 일이 뭔가? 십중팔구 문자나 SNS일 것이다. 영화 제목과 어울리려면 뭔가 생존과 관계된 것이어야 하지 않겠나. 의 첫 장면을 비교해 보라. 좀도둑이란 면에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생필품을 훔친다. 이 영화는 코믹한 요소를 넣으려 했..

영화 2019.06.18

전주 2019

금요일(3일) 1시 경에 도착해서 당일 것 3개, 익일 것 4개 발권하려고 했는데 하나만 자리가 있었다. 부산, 전주 거의 안 빠지고 다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번 전주에 사람이 많았던 건지, 볼 만한 영화가 적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적어도 나에겐 기대되는 영화가 별로 없었다. Songs from the Second Floor 예전에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 영화다. 그땐 이미지에 상당히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보니 두 번째라 그런지 좀 따분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현대사회의 부조리 같은 게 주제인 듯한데 - 카프카를 좀 연상시킨다 - 의도만 생경하게 드러나 보인다. Monrovia, Indiana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신작 다큐멘터리. 미국 시골의 한 작은 마을의 일상을..

영화 2019.05.07

어느 가족

아키: 할머니가 저에게 같이 살자고 했거든요. 경찰: 그건 순수한 호의는 아니었어요. 자기 남편을 빼앗은 가족에게 돈을 받고 있었어요. 아키: 돈? 우리 부모님한테? 경찰: 종종 찾아가서 돈을 받은 모양이에요. 아키: 제가 할머니와 사는 걸 부모님이 알고 있었어요? 경찰: 부모님은 몰랐다고 하더군요. 아키: 그럼 할머니는... 돈이 필요했던 것뿐일까요. 제가 아니라. 아키의 마지막 대사 번역이 잘못된 것 같다. 영어 자막은 "So Granma... only wanted their money? Not me"이다. 자기가 할머니랑 살고 있는 걸 부모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목적이 돈이라는 경찰의 추정은 말이 안 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약간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으로 웃는 표정에서 알 수 있다. "그..

영화 2019.02.22

Roma

부산영화제 때 표가 없어서 못 봤기 때문에 기대를 좀 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데서 이미 미심쩍어 했다. 내가 본 그의 영화들은 연출력은 있을지 모르지만 지적 깊이가 없었다. 이 영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흑백으로 만든 것도, 그냥 '예술영화'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것처럼 여겨졌다.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자기 나라의 과거를 다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호우샤오시엔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급'이 다르다. 너무 대가랑 비교하는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씨네21이나 IMDB 등에 평점이 매우 높길래 하는 말이다. 수화기를 내려놓을 때 자신의 입(김)이 닿았던 부분을 쓱 닦는 디테일은 좋았다. 내 나이 또래 혹은 그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앞에 일렬로 죽..

영화 2018.12.21

Der Himmel über Berlin

오토바이 사고로 죽어가는 남자의 독백. The morning light. 아침 햇살 The child's eyes. 아이의 눈 The swim in the waterfall. 폭포에서의 수영 The spots of the first drops of rain. 첫 빗방울 자국 The sun. 태양 The bread and wine. 빵과 와인 Hopping. 한 발로 뛰기 Easter. 부활절 The veins of leaves. (나뭇)잎의 맥 The blowing grass. 파도치는 초원 The color of stones. 돌멩이의 색 The pebbles on the stream's bed. 개울 바닥의 조약돌 The white tablecloth outdoors. 야외의 하얀 식탁보 The dr..

영화 2018.11.28

부산 2018 (2)

나는 약신이 아니다 이것도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조그만 약방을 꾸려가던 주인공이 어느 날 만성 골수백혈병 치료제를 인도에서 밀수입한다. 시판되고 있는 스위스 정품과 가격 차이가 매우 커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엔 돈이 목적이었지만 나중엔 싼 가격으로 팔아서 그 병으로 고생하는 서민들의 영웅, 즉 '약신(藥神)'이 된다. (미국 영화 을 생각나게 한다.)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 저예산 예술영화라면 몰라도, 대중영화가 어떻게 이런 스토리일 수 있지?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끝에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걸로 마무리된다. 실제로도 사건이 대략 그런 식으로 진행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영화화 되지 않았을 거다.) 줄거리는 좀 만화 같지만 만듦새는 좋다. 인물들도 개성이 있다...

영화 2018.10.25

부산 2018 (1)

Dogman 왜소한 체구의 남자. '강자'에 시달리다가 결국 빡쳐서 사고를 내는 이야기. 이런 영화 - 주인공이 정신병자라거나 부랑자라거나 하는 영화 - 에서 항상 (나에게) 아쉬운 건 연기자가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기를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외모, 특히 눈매가 대개 지적이거나 교육 많이 받은 사람의 티가 난다는 것이다. 뭐 결국 연기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적어도 마지막 장면에선 눈매가 좀 달랐으면 좋았겠다. Birds of Passage 남미판 라 할 수 있을까. 스토리 골격만 보면 보통의 갱 영화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남미 - 콜롬비아 - 원주민의 문화가 얽혀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 한 예로, 손자가 적에게 살해되었는데 그 시신이라도 받기 위해 할머니가 자기 딸의 남편, 즉 ..

영화 2018.10.20

거인과 완구

(쇼가 진행되고 있는 TV 스튜디오의 조정실에서 연기자로 보이는 두 젊은 여자의 대화) "스타가 되고 싶으면 세 명을 애인으로 삼아. 피디, 작가, 그리고 평론가." "핸섬하다면." "그럴 일은 절대 없어." (같은 조정실. 쇼 진행을 마치고 일어서는 피디의 대사. 여자 피디다.) "휴 힘들어... 그래도 난 TV가 좋아, 아무도 돈 돌려달라고 하지 않잖아." (남자는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러멜 회사 '월드' 소속이고, 여자는 경쟁사의 하나인 '자이언츠' 소속이다. 남자는 경쟁사들 사이의 비인간적 경쟁에 신물이 났다.) 남: "우리 결혼하자." 여: "난 거부하겠어." 남: "내가 싫어?" 여: "결혼하면 난 직장을 떠날 거야. 하지만 자기 봉급은 너무 낮잖아." 남: "돈이 전부가 아냐." 여: (웃..

영화 201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