塵不動

idlemoon 2008. 1. 25. 01:24

竹影掃階 塵不動 (죽영소계 진부동)
月輪穿沼 水無痕 (월륜천소 수무흔)

- 채근담(菜根譚) 중에서.

竹影: 대나무 그림자; 掃: 쓸 소 ('청소'의 소); 階: 섬돌 (집채의 앞뒤에 놓은 돌층계)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지만 먼지(塵)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려서 그 그림자가 섬돌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거겠죠.

輪: 바퀴 륜; 穿: 뚫을 천 ('천착'의 천); 沼: 못 소; 痕: 흔적 흔
"달빛이 연못을 꿰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라고 된 것도 있지만
"달이 연못 속으로 들어갔지만..."이란 번역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은유라고 하더라도, "달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란
표현을 할까. 연못에 달이 비치면 십중팔구 실제 달도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달이 물 속에 들어갔다"란 말을 할 수 있을까.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서 "내가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 詩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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