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영화를 안 봐서 뭘 하나 봐야겠는데, 이게 그나마 평이 괜찮아 보였다.
기대를 안 했지만 어쨌든 나로선 별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약점은 헤어지게 된 계기다. 선배가 술을 먹이고.. 집에 가고
그걸 목격하고... 거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남자애가 마지막 수업에 안
들어간 이유도 잘 모르겠다. 자기가 만든 선물이 커서 그랬나. 글쎄 가방 같은 데
넣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또 큰 약점은 남자애(이제훈)의 연기다. 순진한 대학 초년생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순진한 대학 초년생을 연기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코미디라면 어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역할이라는 생각은 든다. 실제 20살 근처의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15년이나 지나서 첫사랑을 찾는다? 결혼한 3년을 빼더라도 12년이나 되는데 왜 그
동안 찾지 않았을까? (건축 의뢰 같은) 핑계가 없어서?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그렇게 오랫동안 찾지 않았다면 이런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이 별 생각이
없었든지, 상대가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든지, 만남의 결과가 두려웠든지, 혹은
그냥 좋은 추억으로만 남겨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였든, 이제 15년이 지나 찾기로 했을 때 그 생각이 바뀐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영화에선 "궁금했다"는 대사를 한다. 그럼 그 전엔 궁금하지 않았나.
궁금함에도 찾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이었고, 이제 생각이 바뀐
이유는 뭔가.
마지막에 남자가 보낸 소포, 순간적으로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감탄했지만 곧 이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간직하고 있었던 사람이 처음에 얼굴을 못 알아볼까.
그리고, 그보다, 소녀의 마음을 알았을 텐데 왜 그냥 지나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