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주 2012

idlemoon 2012. 5. 1. 01:56
Sister
스위스에 사는 가난한 "남매"의 성장 스토리. 나중에 남매가 아닌 것이 밝혀지면서 조금
흥미로워지긴 하지만, 개막작으로선 너무 평이한 영화인 듯.

Innocence Unprotected
독일 점령하의 유고슬라비아에서 괴력사로 활동한 드라골류브 알렉시치(Dragoljub Aleksic)라는
사람이 1942년에 만든 (그가 각본, 감독, 주연 모두 맡았다) 같은 이름의 영화에 대한 다큐멘터리.
그 42년 영화의 장면들과 만든 사람들의 인터뷰, 당시 뉴스릴 등이 혼합되어 있다. 전주영화제
카탈로그에는 "그의 강인하고 매력적인 육체 뒤에 숨겨진, 이기적이면서 허영심과 환상에 가득
찬 본 모습은 교묘하게 스탈린과 티토 등 공산주의 지도자의 모습과 겹쳐진다"라고 되어 있지만
난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게 1968년이니까 정치적 은유는 있을 거라고 생각
되지만, 알렉시치가 이기적이면서 환상에 가득 차 있다는 묘사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One Man's War
2차대전 때 독일군 장교였던 에른스트 윙어(Ernst Jünger)의 일기가 당시 뉴스영화들을 보여주는
중간중간에 낭독된다. 제목의 One Man은 윙어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당시 윙어는 파리에 행정 
요원으로 있었고, 보여지는 뉴스영화들도 주로 점령기 프랑스의 것들이다. 윙어의 일기를 떠나서,
이 뉴스영화들만으로도 흥미있었다. 이미지 자체도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원래의
내레이션이 그대로 있어서(일기를 읽는 부분은 제외)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말하자면 일제시대의 '대한뉴스'를 (그땐 물론 대한뉴스가 없었지만 친일적인 대한뉴스가 그때
있었다고 상상해보자) 보는 신기함 같은 것이다. 윙어의 일기에 대해 말하자면, 문학적인 표현이
많아서 종종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끝부분에 나온 문구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파리가 해방되던
시점인데, 이렇게 썼다. "Cities are women. They are tender only to victors." (도시는 여자다.
그들은 승자에게만 부드럽다.)
윙어는 나치즘과는 거리를 두었지만 군국주의자로 알려져있다. 이
영화에선 잘 드러나지 않지만.

Robo-G
말 안 되는 부분이 많지만 웃겨주기는 한다.

Nine Days of One Year
몇몇 '작가 영화'들 외엔 구러시아 영화를 본 게 거의 없어서 선택했다. "예술적"이란 말은 딱히
어울리지 않지만, 영화가 상당히 지적이다. 상업성을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체제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니까 가능했을 테다.
"고전영화의 붕괴"라는 이름의 섹션에 포함된 영화라서 어떤 의미에서 고전영화의 붕괴인지 생각
해보았다. 내가 이전의 러시아 영화에 대해 잘 모르니 말하기 어렵지만, 이 영화가 '반체제'라고
할 순 없어도 과학이나 전쟁 등에 대해 일정 부분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것과 관계가 있을 듯하다.

A Simple Life
60년 넘게 가정부로 일해왔고 이제 인생의 말년에 이른 여자. 그리고 그녀를 친어머니처럼 돌보는
착한 "도련님"(유덕화). 간만에 보는 최루성 영화랄까. 사방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대
사회의 각박함과 건조함의 묘사에 익숙한 나에게 이 영화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Corta
영화제에 초청된 걸 이해할 수 없는 영화.

파닥파닥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잘 만들었지만 너무 정형화된 스토리인 느낌이 있고, 그보다 뭐랄까, 주제가
너무 관념적이다. 쥐(실험용) 같은 포유류에 대해서도 윤리 의식이 보급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물고기의 탈출 이야기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버지 없는 삶
한국 다큐멘터리.

그 장소에 여자가 있으니
이것도 "고전영화의 붕괴" 섹션의 영화다. 이 영화 상연 전에 이 섹션의 큐레이터(외국인이다)가
와서 잠시 설명을 했었는데, 이 섹션의 프로그래밍을 의뢰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가
이것이란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고전적 멜로드라마에서의 남녀의
역할을 수행하지 (하고 싶어하지만) 못하는 인물을 보여준단다. 어쨌든, 62년 영화임에도 별로
낡은 느낌 없이 재밌게 보았다. 여주인공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삶을 위해 사랑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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