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러 라이브

idlemoon 2013. 8. 28. 00:28

<설국열차>와 반대 상황이었다. 그건 실망할 준비를 했는데 그런대로 볼 만했고 이건 감탄할
준비를 하고 갔는데 실망이었다. 첫 장면에 (테러범의) 전화를 끊을 수 없다는 설정에서부터
신뢰감을 잃었다. 대체 전화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뭐지?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상대가) 끊어야 다른 사람이 전화할 수 있다"는 뭐 그런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설사 그렇다해도(다른 사람의 통화가 막혔다해도) 그와의 통화는
끊을 수 있지 않나.

21억원이란 돈을 선뜻 주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그 돈을 테러범이 무사히 찾을 수 있단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이경영이 인질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도 황당하고, 대통령이 방송국에 와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카메라가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데 말이다)...

그냥 기본 컨셉에 대해서만 한두 가지 말하겠다. 테러범이 생방송을 타도록 놔둔다는 게 있을
수 있는가? 당국에서 알기 전까지는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안 당국이 안 다음
부터는 거기서 전체 상황을 장악할 것이다. 테러범이 윤영화만 (생방송으로) 상대하겠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걸 무시하고 경찰이 "내가 책임자니까 요구사항을 내게 말하라"는 식으로
나간다면 그 테러범은 어쩌겠는가. 윤영화를 죽일까? 방송국을 폭파할까? 그럼으로써 얻는 게
뭔데? 명분이 없다는 말이다.

왜 그는 청와대에 직접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직접 하는 건 자신이 없고 윤영화라면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는 <더 테러 라이브>라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윤영화에게 전화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추가:

한국의 테러리스트가 망언을 늘어놓는 일본 수상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테러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일본에 가서 일본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한국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그런 요구를 한다면 황당하지 않겠는가. 그건 너무 심하다면 미국
사람을 인질로 하는 건? 그것도 마찬가지로 이상하다. 요지는, 인질을 죽이는 것이 복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을 죽이면 과거 일본x들이 우리 민족에게 한 짓에 대해 (심정
적으로) 복수하는 게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을 죽이는 건 그런 의미가 없다.

이 영화에서 다리 위 사람들(첫 번째 폭파와 두 번째 폭파 사이에 시간이 꽤 있었는데 이들은
안 가고 뭐 하고 있었나. 끊어진 다리 구경하고 있었나)을 죽이는 게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되나? 인질이 대통령의 가족인 경우와 비교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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