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Congress

idlemoon 2013. 7. 20. 02:56



올 부천의 개막작. IMDB의 관객평점이 안 좋아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런 것에 비해선
나쁘지 않았다. 초반의 실사 부분은 진짜 지루한데 애니메이션이 시작되면서 볼 만해진다.
나에게 특별히 흥미 있었던 점은 가상세계(virtual world)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는 것
이다. 이게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 보통의 애니메이션에서 가령 사람이 등장한다면 관객은 진짜로 사람이 저렇게(2차원의
   그림 같이)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보지 않는다. 극중 캐릭터 상호간에도 마찬가지다. A의
   머리가 동그랗고 B의 머리가 사각형이라고 해서 서로의 '눈'에 상대방의 얼굴이 사각형
   혹은 원으로 보인다는 걸 의미하는 게 (일반적으로)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등장
   인물의 눈에 다른 인물/사물들이 애니메이션으로(2차원의 그림으로) 보인다.

2. 온라인 게임이나 세컨드 라이프 같은 가상세계에서 실제 인간의 아바타는 컴퓨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아바타들이 온갖 희한한 형태를 하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프레임 단위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사용자의 실제 움직임 - 마우스 조작
   같은 - 에 따라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몇 가지의 변수를 미리 정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일반적 애니메이션처럼 프레임 단위로 임의로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영화
   에선 가상세계가 프레임 단위로 임의로 그려진다(그렇게 보인다).

이런 이유들로 이 영화는 매우 실험적으로 보였다. 영화 보면서 내내 특히 2번이 도대체
가능한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기술적으로 힘들다는 말이
아니라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걸 생각하게 한 것만으로 평가해 줄 수는 있겠지만.

무리한 실험(내가 보기에)이라는 점 외에, 스토리 상의 허술한 점들도 보이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거슬린 부분은 '현실세계'로 왔을 때 가상세계에서 만난 사람들이 같은
자세로 있다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현실에선 뇌만 활동하는 게 옳다.

<솔라리스>와 같은 원작자라고 한다.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가 참 좋았기 때문에
원작 <The Congress>를 찾아보고 싶다. 영화에서의 '말 안 됨'은 거기엔 없을 듯하다.

올해 부천은 예년에 비해 볼 만한 영화들이 좀 있는 것 같다. 몇 편 골라서 볼 예정이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테러 라이브  (0) 2013.08.28
설국열차  (0) 2013.08.17
전주 2013  (0) 2013.05.01
Django Unchained  (0) 2013.04.25
지슬  (0)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