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주변 반응도 대체로 좋지 않았던 것에 비해선 나쁘지 않았다.
중간 정도까지는 너무 평이하고 따분한 액션 영화 같았으나 열차 앞쪽으로 가면서 하나씩
나타나는 새로운 공간들이 흥미로웠다. 다음 칸에는 뭐가 나올지 짐작이 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원작만화에 힘입은 바 크겠지만 어쨌든 중후반부에는 흥미가 대체로 유지되었다.
감독의 연출력도 별로 손상된 것 같지 않다. 틸다 스윈튼도 카리스마가 있다.
스토리상의 허점들이 보이긴 했다. 특히 열차 중간부터는 커티스를 비롯한 몇 명만 앞으로
나아가는데 - 그것도 무장을 하지 않은 채 -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끝에 윌포드의
설명에 의하면 인구 조절을 위해 반란을 "허용"했다는데 글쎄. 반란은 단순히 사람이 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물이 파괴되고 (열차 안에선 아마 유리 한 장도 생산하기 힘들 것이다)
심하면 열차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지 않나. 또 궁금한 건, 꼬리 칸 사람들의 존재 이유다.
이 열차가 사회의 축소판이라면 그들은 체제유지를 위한 노동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근데
내가 놓친 건지 모르지만 그런 모습이 없었던 것 같다.
소소한 것들을 따지면 무리한 설정이 많다. 관처럼 생긴 감옥에서 갓 나온 사람(송강호)이
완력을 그렇게 잘 쓴다는 것이 말이 되나. 거의 불사신 같은 그 윌포드측 요원(이름을 찾아
보니 Franco Elder다)은 뭔가. 마지막에 눈을 뜰 땐 이거 혹시 인조인간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사실, 열차가 수십 년간 쉬지 않고 달린다는 애초 설정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메타포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게 만화일 때는 그러려니 하는데 이 영화의 장면들은
너무 사실적인 것 같다. 한 예로 마지막에 아이가 기계부품 역할을 하는 게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만화라면 아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선 뭐랄까 너무 생경하달까
노골적이랄까, 하여튼 어색했다. <Sin City>나 <300> 같은 것처럼 만화의 느낌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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