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내가 보기에)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영화의 절반이 넘어가도록 포인트가 뭔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크게 지루하지 않은 건 감독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모호한
상태가 너무 오래 간다.
인디아의 행동의 배경이 드러나면서 조금 흥미로워지긴 한다. 그러나 여전히 행동의
동기를 잘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왜 남자애(윕)을 유혹했다가 가해를 하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나 아니면 나중에 생각이 바뀌었나. 전자라면,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건장한 남자애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후자라면, 갑자기 도덕적 판단을
하게 된 건가 아니면 갑자기 성적 충동이 가학 충동으로 바뀌었나.
가학 충동은 성적 충동과 같은 것이 아니다. 가학함으로서 성적 만족을 얻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윕에 대한 행동은 그런 걸로 설명이 안 된다. 그런 동기라면 물리적으로
제압을 한 후에 학대를 해야 할 것이다.
인디아에게는 도덕적인 것에 대한 자의식도 있는 것 같다. 마지막에 어머니는 놓아
두고 찰리만 죽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피로 타고난 살인 충동과 도덕 사이의 갈등. 매우 흥미 있는 주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지 않는다. 인디아의 행동은 그냥 랜덤한 것으로만 다가올
뿐이다.
찰리의 캐릭터도 문제가 있다. 그는 뭐랄까 너무 능력이 많은 것 같다. 정신이상적
새디스트가 이블린과 연애를 한다?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가 여자와 연애를(진짜든
어떤 목적으로 척하는 것이든)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
노먼 베이츠가 딱히 새디스트란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여튼 사이코와 사랑은 양립하기
어렵다. 상대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사이코>나 <스토커>의
사이코는 그런 사이코가 아니다.
사실, 쓰레기 시나리오 가지고 이런 분석을 하려는 것 자체가 쓸데 없는 짓인 듯하다.
이런 시나리오에 이런 영화가 나온 것만도 훌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블린 역에 니콜 키드먼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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