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

idlemoon 2013. 4. 12. 01:41

가끔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돼지 삶는 장면과 순덕이 죽은 걸
확인하고 밤에 돌아오는 언덕에 여자 이미지가 겹쳐진 것. 마지막에 지방(紙榜)(이라고 해야
하나?)을 태우는 이미지들도 좋았다. 흑백이 어울리는 것 같다.

불만을 말하자면, 주민들의 대화가 너무 단조롭다. 거의 책 읽는 것 같다. 연출의 의도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매우 지루했다.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도 많다. 첫 장면의 의미는 뭔가.
박일병은 왜 그렇게 된 건가. 왜 군인들은 수색/토벌에 열심이지 않은가(어쨌든 묘사된 장면
들만 봤을 땐 그렇게 보인다). 제주에 젊은 여자가 순덕밖에 없나. 할머니는 숨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늦게 발견되어 죽는가. 군인들이 동굴을 대충 돌로 막고 떠난다?

강간 얘기가 꼭 들어가야 하나. 그것도 그렇게 중요한 부분으로? 4.3사건 자체에 대한 은유를
의도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가령 제국과 식민지 관계는 강간에 비유할 수도 있겠지만, 4.3은
좀 다르지 않나 싶다. 그 사건을 간단히 규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주된 요소는 이데올로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이 미제국의 식민지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에겐 내 얘기가 안 통할지도
모르겠다.) 이념에 의한 분쟁에서 양민이 학살되는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런 건 강간에 빗대기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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