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평화유지균으로 파병된 일군의 덴마크 청년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 영화의
핵심은 끝부분에 나오는 사건이다. 덴마크 군인들이 부상 당한, 저항 능력 없는 탈레반 몇 명을
사살한 것이다. 이것으로 덴마크 국내가 시끄러워졌고 진상조사까지 이루어졌다. 해당 군인들은
결국 "무죄" 선고를 받긴 했다.
영화 전체적으로 그런 면이 있지만, 탈레반을 죽이게 된 그 전투 장면도 뭐가 뭔지 잘 알 수 없다.
적이 어디 있고, 아군이 어디 있는지, 전체적인 공간적 상황은 어떻게 되는 건지, 혼란스럽다는
말이다.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건 의도적인 것이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도록" 하는 게 의도였다는 것이다. "병사들 자신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는 말도 한다.
내 생각엔, 상황을 잘 알 수 있게 하는 게 의도였다고 해도 어려웠을 것이다. 미리 계획된 촬영이
아닐 뿐 아니라, 진짜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그런 게 쉽겠는가. (나중에 내레이션을 넣고
도면 등을 곁들이면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일반적 극영화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실제
전투의 혼란함이 잘 전달된 것 같다. 위에 언급한 탈레반 전사들이 부상하는 과정만 보더라도,
한 덴마크 병사는 그들이 도랑에 숨어 있다고 말하고, 다른 병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수류탄을 도랑에 던져 넣었는데 거기 탈레반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을 사살하는 장면은 없지만, 시체에서 무기를 거두는 장면은 있다. 리얼(끔찍)하다. 한 명이
피투성이 시체의 다리를 잡고 치우면서 "소나 돼지를 잡아봤으면 이건 보통이야"라고 한다.
한 병사는 이 전투의 경험이 "너무 좋았다(fucking awesome)"고 말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지루
하게 보냈는데 목숨이 위태로운 진짜 전쟁을 경험한 것이다.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한다.
영화는 이런 것들을 비판 없이 보여준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하듯 전쟁은 인간 (적어도 남자)
본성의 일부일 것이다.
이 영화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하는 것은 나중에 부대원 한 명이 (누군지는 모름) 덴마크의 부모에
전화를 해서 우리가 부상한 탈레반을 죽였고, 사진을 찍었고, 보고할 때 웃기까지 했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 가족이 다시 군본부에 전화를 해서 사실인지 물었단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이런 일이 생기는 건 행운(?)이다. 탈레반 4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거둔 그
전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 다큐멘터리가 이처럼 평가를 받았을까. (깐느에서 비평가주간 상을
받았다.)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그래도 <Hurt Locker>보다는 좋았겠지만.
선재에서 봤는데 관객이 거의 없었다. 10명도 안 되었다. 화질도 매우 안 좋았는데, 한글자막을
넣는 과정에서 아마 그렇게 된 것 같다. 8000원이나 받으면서 너무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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