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 (2)

idlemoon 2012. 11. 10. 22:43

이 영화를 본 학생 여러 명과 얘기해봤는데 나처럼 해석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난 나의 해석이 너무나 당연한 거라서 생각할 것도 없다고 여겼었다.

나의 해석은 이렇다. 장미선은 어떤 신적(神的)인 존재이다. 자살한 그 젊은이와 주인공
이강도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남녀가 그녀의 아들이며 딸이다(종교적인 혹은 정신적인
의미에서 그렇다는 거다). 그녀가 강림했다. 이유는 세상의 악이 극에 달해 (생물학적)
형제를 죽이는 (죽게 만든) 일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장미선은 그냥 한 명의 인간이고, 아들의 복수를 위해 이강도 엄마 행세를 했다는 해석은
문제가 많다. 우선, 장미선이 엄마 행세를 하기 위해서는 이강도에게 엄마가 없다는
(엄마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주변
사람들을 탐문했나. 이강도가 별로 말이 많은 친구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주변인들에게
"난 엄마를 모른다" 같은 말을 하고 다녔다 하더라도, 그래서 장미선이 그런 말을 들었다
해도 그 말만 믿고 행동에 착수할 수 있을까. 얼마든지 거짓말일 수 있는데 말이다.

아들의 죽음을 처음 확인하고 복수를 계획하는 장미선의 입장에서 보자. 어떤 방법들이
떠오를까. 독살 같은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가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에
"놈의 엄마 행세를 하자" 같은 게 있을 수 있을까? 엄마가 없는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 양보하여, 엄마 행세을 하는 것까진 그렇다 치자. 그런데 복수의 방법으로 자살을?
말이 되는 얘긴가. 굳이 그런 복수를 선택했다고 해도,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니 사망한
것처럼 꾸미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종교적 믿음이 투철한 사람이라서 교화를 목적으로 범인을 찾아갈 수는 (여전히
황당하지만) 있겠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면 자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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