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idnight in Paris

idlemoon 2012. 7. 14. 02:06

우선, 내겐 20년대 파리에 대한 향수가 *전혀* 없다. 그 시기에 관한 글을 가끔 읽긴 했지만
내게 향수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걸 전제하고 있는 것 같다. 20년대
파리를 왜 좋아하는가? 잘 알 수가 없다. 사실 이 영화는 그 시대에 대한 동경이라기 보다는
특정 작가/예술가들에 대한 동경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작가/예술가들이 그 시기의
중요한 부분이긴 했겠지만, 우리가 어떤 시대를 동경한다고 말할 땐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른
걸 의미하지 않나.

그 작가/예술가들에 대한 묘사도 내가 문외한이라 그런지 별로 다가오는 게 없었다. 나로선
그냥 수박 겉핡기식으로 보였다. 한두 명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아마 코미디가 되기 힘들지 모르겠다만. 사실 이 영화도 코미디라고 하지만 웃었던
대사는 하나밖에 없었다. 주인공이 헤밍웨이에게 자기가 쓴 소설을 한 번 봐달라고 했을 때
나온 대사다.

헤밍웨이: 화가 나. (자막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원문은 찾아보니 "I hate it"이다.)
주인공: 아직 읽지도 않았잖아요.
헤밍웨이: 못 썼으면 화가 나고, 잘 썼으면 질투로 더 화가 나.

우디 앨런 감독의 초기 영화들도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여태 본 그의 영화
중 가장 재미없게 본 것 같다. 우디 앨런 자신이 출연하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일까.

파리의 풍경을 담은 (낮) 장면들의 색조가 특이하다. 흐린 날에만 촬영한 것 같다. 촬영이
유명한 다리우스 콘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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