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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수 시국선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에서 주관한 조국 규탄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수가 4000명을 넘었다고 한다(기사). 한 가지 사안에 이렇게 많은 교수가 서명한 예는 내가 알기로 여태 없었지만, 전체 교수 숫자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전국에 교수가 몇 명인지 모르겠고 또 퇴임 교수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전혀 감이 안 잡히지만, 내가 재직한 학교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참여자가 전부 현직이라고 가정해도 20%가 안 될 것 같다. 나머지는 조국 지지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며칠 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가 38%였는데 대학교수 중에는 지지도가 그보다는 낮을 거라고 본다. 외국이든 우리나라든 대학교수들은 대체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대개) 공부를..

카테고리 없음 2019.10.03

FBI 국장의 방문

미 FBI 국장이 방한하여 윤석열 총장을 만나고 갔단다(기사). 겉으로 보이는 동기는 세 가지 정도인 것 같다. 1. FBI 한국 지부 설립 20주년 2. 아시아 권역 방문 3. 국제 수사 공조 FBI 국장이 방한한 건 20년 만이라고 한다. 즉 처음 지부 만들 때 외에는 온 적이 없다는 말이다. 10주년 때도 안 왔다. 그래서 1은 큰 이유가 아닐 것 같다. 사실 FBI의 한국 지부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경찰이나 검찰의 지부가 외국에 있는 것과 같다. 미국인의 (FBI가 관여할 정도의) 중대 범죄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겠나. CIA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제정치적으로 중요하다. CIA 지부는 해방 직후부터 있었다. 2번도 중요한 것 같지 않다. 한국 지부가 20주년이라고 다..

카테고리 없음 2019.09.26

An Epidemic of Disbelief

The Atlantic 8월호의 커버스토리에서 발췌. 법 집행자들이 강간 피해자의 말을 잘 믿지 않는 (disbelief)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트라우마의 징후를 알아채는 훈련을 받지 않은 경찰관에게는, 많은 강간 피해자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 여자는 (사건에 대해) 진술하면서 웃었지? 왜 그녀는 별로 감정적이지 않고 침착했지? 디트로이트의 한 형사는 피해자라면 "완전히 엉망인 상태여야 한다. 울어야 한다. 그들은 매우 매우 충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많은 희생자가 뻔한 형태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사후뿐 아니라 폭행 당시에도 해당된다. 왜 그녀는 싸우지 않았지? 왜 달아나지 않았지? 리즈 가르시아(피해자의 한 명)는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카테고리 없음 2019.09.26

Go Go Second Time Virgin

와카마츠 코지 1969년. 요즘에는 보기 힘든 감성. 인물의 시선이 향한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take off'할 쪽에) 공간을 약간 더 준 게 마음에 든다. "Mama, I'm taking off"은 이 남자 주인공이 만든 노래의 시작 부분이다. (이 장면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톤으로 말한다.) 빌리 홀리데이인지 누군지 부르는 '섬머타임'이 영화 중에 나오는데 그 가사 일부가 연상된다: Then you'll spread your wings / And you'll take to the sky. 멜로디 자체도 왠지 비슷하다. 주인공의 대사는 "넌 하늘로 날게 될 거야"라는 ('섬머타임'의) 어머니의 말에 대한 대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사진으로는 잘 알 수 없겠지만, 새벽 시간이다..

영화 2019.09.21

윤석열의 검찰

지난 달 27일, 검찰이 조국 관련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을 때 그 의미에 대해 해석이 양분되었다.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고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지금은 후자쪽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게 의문점은 아직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정권에 어떻게 검찰이 정면으로 칼을 댈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윤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불과 얼마 전에 자신을 임명한 사람에게 정면 도전할 수 있나. 더구나 그가 박근혜 탄핵 때나 이후 "적폐 수사"에 보여준 모습은 권력에 충성한다는 의심을 충분히 하게 했다.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이들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1. 수사 착수가 조국을 대상으로 ..

카테고리 없음 2019.09.13

psychopath test

캐나다의 심리학자 봅 헤어가 고안한 테스트. 인터넷에서 한글판을 봤는데 이상해서 직접 번역해 보았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보시기 바란다. 원문. 1. 구변이 매우 좋다. 2. 자신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 평소에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거나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 4. 거짓말을 병적으로(상습적으로) 한다. 5. 사람들을 속이거나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6.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7. 감정을 많이 느끼지 않는다. (가령 보통 사람이 감동하는 장면에서 별로 감정이 없다.) 8. (다른 사람들의 불행이나 아픔에) 냉담하다. 9. 기생충처럼 남에 빌붙어 사는 걸 선호한다. 10. 자신의 행동을 잘 통제하지 못한다. 11. (원나잇스탠드 같이) 성관계가 문란했..

카테고리 없음 2019.09.08

1984

"Doublethink means the power of holding two contradictory beliefs in one's mind simultaneously, and accepting both of them." "이중사고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갖는 능력을 말한다." ('doublethink'는 조지 오웰이 이 소설에서 만들어낸 단어이다.) "Power is not a means; it is an end. One does not establish dictatorship in order to safeguard a revolution; one makes the revolution in order to establish the dictatorship. "권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카테고리 없음 2019.09.04

얼마 전에, 법대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눈에 띈 것은 다수의 (절반 정도) 학생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법을 공부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법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법이 없으면 많은 일이 힘이 센 사람의 뜻대로 되고 약자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대를 졸업하면 정치가가 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주로 염두에 두는 검사, 판사는 법을 '적용'하는 사람이다. 법을 적용할 때는 사회적 강자든 약자든 똑같이 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한 학생은 저소득층을 위한 법률상담가 같은 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런 경우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거라면 다른 분야에서도 할 수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19.08.31

출생(신고)의 비밀

오늘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국 딸의 주민번호가 2014년 8월에 변경되었다고 한다. 원래 생일이 1991년 2월이었는데 1991년 9월로 바뀐 것이다. 2월은 잘못된 거란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입학전형이 진행되던 때였다. 세 가지 경우로 나눠 생각해보겠다. 1. 1991년 9월 '생일' 이전에 신고를 했다 - 태어나기도 전에 (2월이라고) 출생신고를 한 게 된다. 2. 1991년 9월 '생일' 30일 이내에 신고를 했다 - 과태료를 내면서까지 생일이 2월이라고 거짓말한 이유가 뭘까? (실수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등교육을 받은 어른 - 조국이나 부인 - 이 그런 걸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어차피 얼마 안 가서 가족 누군가가 발견했을 거다.) 3. 1991년 9월 '생일' 30일 ..

카테고리 없음 2019.08.22

August

August is flabbergasted and contrite 8월은 깜짝 놀라고 뉘우쳤다 that it should come to this: the sagging air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축 처져 있는 공기 that smells like swimsuits left in cars all night, 밤새 차 안에 둔 수영복 같은 냄새가 나고 and breathless barbershops where barbers stare 우중충한 보도와 저무는 빛과 마른 나무들을 at dingy sidewalks, aging light, dry trees. (창밖으로) 응시하고 있는 이발사의 공간처럼 텁텁하다 And starry dune loves coming to a close, 그리고 별이 총총한 모래 언..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