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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나 스스로를 '진보'와 동일시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대체로 호의적으로 봐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 천안함 사건으로 그들의 글들을 보면서 많이 실망했다. 어제의 참여연대의 유엔안보리 서한 사건도 한 예다. 야당(민주당)도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골격에 동의했고, 유가족 모임도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외국의 권위 있다는 언론들을 봐도 의심을 보이는 건 없었다. 일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사항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태의 핵심은 확실해 보인다.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선, 무엇보다 사건 발생 1시간쯤 후에 있었던 속초함의 함포사격 사건이 음모설을 불식시키는 것 같다. 군이 그 시점에 자신 혹은 미군의 실수를 북한에 떠 넘기려고 하고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였을까. 혼란 속에 있었..

카테고리 없음 2010.06.16

Your Necklace is Leaking

For Marcia Your necklace is leaking 너의 목걸이가 새고 있네 and blue light drips 푸른 빛이 from your beads to cover 구슬에서 흘러나와 your beautiful breasts 너의 아름다운 가슴을 with a clear African dawn. 투명한 아프리카의 새벽으로 덮네 -- Richard Brautigan 이 작가가 아프리카에 간 적이 없는 것 같으니.. "아프리카의 새벽"은 통념 내지는 상상으로 봐야 할 듯. 일본에 이 작가의 팬이 많이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 중 한 명이란다.

2010.06.13

The Hurt Locker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으니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폭발물제거팀의 활동을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한 건 사실인 것 같다. 이라크 국경에 가까운 요르단에서 촬영을 했다는데 그 장소와 환경의 사실감도 좋다. 그러나 사실감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어떻게 저런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한 팀에게 계속 일어날 수가 있나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제임스 상사도 할리우드 영화의 상투적인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미국 언론의 리뷰들을 보면 연기가 아주 뛰어났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샌본과의 갈등도 뻔하다. 제임스는 불사신인 걸로 모자라 무슨 수사관 역할까지 한다. 게다가 샌본은 웬 저격수? 영화는 "전쟁은 마약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하지만 실제로 보여주는 건 "전쟁은 액션이다"이지 싶다. 이나 이 얼..

영화 2010.06.01

이창동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뛰어나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2시간 20분가량 되지만 길이에 비해 지루하지 않았다. 작은 디테일들이 잘 살아있고, 단역들의 연기도 좋다. 뭐랄까, 각 장면들이 '뻔하지' 않았다. 꼼꼼하게 연출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재미있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겠다. 나야 워낙 까다로우니까 그렇다 쳐도, 주위의 관객들이 웃거나 반응하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가 없었다. 감동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을 못하겠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시(에 관련된) 시퀀스가 손자(에 관련된) 시퀀스와 너무 따로 논다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둘의 관련성이 드러나지만 너무 관념적이다. 이 스토리를 영화가 아니라 글 - 단편소설 같은 - 형태로 접했으면 아마 괜..

영화 201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