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해결사

데뷔작으로서는 평균 이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데가 많다. 100분을 액션으로만 채우려 한 것 같기도 하고, 완급조절, 쥐었다 놨다 하는 게 없다. 무엇보다, 뭐랄까, 인물들이 살아있지 않다. '완급조절'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겠는데, 감정이입이 안 된다. 이야기 요소들이 전달이 제대로 잘 안 되는 점들도 있다. 단편영화들에서 보여준 가능성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계속 작품 활동을 한다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차분하게 연출할 필요가 있겠다. 인생 경험이 더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 2010.09.18

Inception

imdb 평점 9.1. 믿을 수가 없다. 역대 순위 #3이다. "inception"이 필요한 건 미국인인 것 같다. 뉴욕타임즈의 평에서 인용해 본다. "리들리 스콧의 나 스탠리 큐브릭의 의 팬이라면 익숙한 것들을 많이 볼 것이다. 비록 은 고전 컬트가 된 그런 영화들의 근처에 가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심오한 미스터리보다는 기교적인 수수께끼를 다루고, 심대한 철학적 문제를 가리키는 듯하지만 놀란 감독은 계산적이었든, 자신이 없었든, 아니면 너무 바빴든, 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 become an old man, filled with regret, waiting to die alone." 유일하게 와 닿은 대사. 진부하지만.

영화 2010.08.13

부천 2010

사랑스런 그대 (The Loved Ones, 숀 번) 줄거리만 보면 새로울 거 하나 없는 장르영화인데, 꽤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배우들이 모두 낯선 것이 한 요인일 것 같다. 그리고 고문의 방식이 새롭다. 예를 들어 드릴로 이마에 뇌를 건드리지 않을 정도까지만 구멍을 뚫은 다음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윽!). 그리고 뭐랄까, 할리우드라면 잔인하다 해도 넘지 않는 선 같은 게 느껴지는데, 여긴 그런 게 없다. 나중에 남자가 스스로 묶인 걸 풀고 공격할 때는 나도 그와 함께 팔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장르영화를 보면서 이런 걸 느낀 건 아마 수십 년 만일 거다. (뭐, 근래에는 이런 류의 영화를 거의 본 적이 없기는 하다.) 이 영화에서 특히 칭찬할 만한 것은 주인공의 그 끔찍한 경험이 하나의 메타포..

영화 2010.07.25

The Hurt Locker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으니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폭발물제거팀의 활동을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한 건 사실인 것 같다. 이라크 국경에 가까운 요르단에서 촬영을 했다는데 그 장소와 환경의 사실감도 좋다. 그러나 사실감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어떻게 저런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한 팀에게 계속 일어날 수가 있나라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제임스 상사도 할리우드 영화의 상투적인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미국 언론의 리뷰들을 보면 연기가 아주 뛰어났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샌본과의 갈등도 뻔하다. 제임스는 불사신인 걸로 모자라 무슨 수사관 역할까지 한다. 게다가 샌본은 웬 저격수? 영화는 "전쟁은 마약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하지만 실제로 보여주는 건 "전쟁은 액션이다"이지 싶다. 이나 이 얼..

영화 2010.06.01

이창동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뛰어나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2시간 20분가량 되지만 길이에 비해 지루하지 않았다. 작은 디테일들이 잘 살아있고, 단역들의 연기도 좋다. 뭐랄까, 각 장면들이 '뻔하지' 않았다. 꼼꼼하게 연출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재미있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겠다. 나야 워낙 까다로우니까 그렇다 쳐도, 주위의 관객들이 웃거나 반응하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가 없었다. 감동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을 못하겠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시(에 관련된) 시퀀스가 손자(에 관련된) 시퀀스와 너무 따로 논다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둘의 관련성이 드러나지만 너무 관념적이다. 이 스토리를 영화가 아니라 글 - 단편소설 같은 - 형태로 접했으면 아마 괜..

영화 2010.05.25

전주 2010

키스할 것을 뛰어난 학생(대학원생)영화. 간간히 괜찮은 장면들이 있다. 사와코 결심하다 잘 만든 상업영화. 수입되었으니 (남/녀)친구랑 심심풀이로 보는 것도 좋을 듯. Harragas 안 봐도 됨. TO 만화에 바탕을 둔 SF 애니메이션. 크게 새롭지는 않음. Tetro '거장'의 후기작들에 실망을 많이 한 것에 비해서는 좋았다. 연출, 흑백이미지, 대사 등. 하지만 극적인 사건들이 너무 많다.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은 좀 그렇다. Amreeka 대략 뻔한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데뷰작이라는데 훌륭하다. 캐릭터의 흡인력은 몸무게와 관계가 있는 건지.. Police, Adjective 경찰영화지만 액션이 없다. 경찰의 일상과 의미를 다뤘다고 할까. 영화보다 낯선 단..

영화 2010.05.04

A Serious Man

상상력의 고갈. 직장(대학교수다)에서는 한 동양인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고, 부인은 주인공의 친구와 결혼하겠다며 이혼하자고 그러고, 딸애는 성형수술 따위에만 관심 있고, 아들은 볼 때 마다 TV 안테나 고쳐 달라 그러고...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것들이다. 연기나 촬영/그림 등은 좋다. 그러나 코엔 브라더스도 더 이상 할 얘기가 없구나 싶었다. 중간엔 좀 심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TV의 막장 드라마 보는 것 같았다. 위에 언급한 "동양인 학생"이 한국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성적이 F가 나올 것 같으니까 패스만 하게 해 달라고 상당히 거액의 돈을 선생(주인공)에게 준다. 글쎄, 미국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그런 학생을 난 들어본 적이 없다. 동양이 서양에 비해 뇌물 문화가 강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영화 2010.04.10

(500) Days of Summer

깊은 맛은 없지만 꽤 재밌다. 시작할 때 내레이터가 이렇게 말한다. "This is a story of boy meets girl. But you should know up front, this is not a love story." 이것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얘기다. 하지만 처음부터 말해두겠는데, 사랑 얘기는 아니다.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라고들 하는 모양인데, 글쎄 "안티로맨틱 코미디"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닐지.. ㅎ 도입부에 내레이터가 남자 주인공 톰의 순수함 - "진정한 사랑"을 믿는 것 - 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의 잘못의 하나는 영화 을 오해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후반부에 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지는데, 그걸 보면서 이해가 갔다. 을 다시 보게 한 ..

영화 2010.04.07

Shutter Island

아마 여생을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 이런 영화를 굳이 만들어야 하나. 그러고 싶을까?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만들고 싶은 게 있을 것 아닌가? 도입부를 보면 섬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사실, 거기까지는 좋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끔찍한(terrible) 건 슬프게도 바로 영화 자체였다. 아래는 스포일러. 현실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까지 망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는데, 그 망상이 너무 정교한 플롯을 따른다는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실제의 사람들이 그 망상에 동참해줘야 했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자면, 초반에 주인공이 병원 직원들을 모아 놓고 조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모인 건 현실 아닌가. 그들의 대사도 모두 망상을 도와 주는 것이..

영화 201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