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부천

뮤 (MW, 이와모토 히토시) 이전까지는 작년 전주의 개막작이 최악이었으나 이제 자리를 넘겨 줌. 바더 마인호프 (Der Baader Meinhof Komplex, 울리 에델) 처음엔 같은 것처럼 지식인이 68세대를 회고하는 '이해는 하지만 다소 따분한' 그런 영화인가 했는데 점점 액션 블록버스터를 닮아갔다. 그렇다고 상투적 할리우드 영화 같았다는 건 아니다. 근래 수 개월 간 어설픈 영화들만 보다가 간만에 가슴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예술 영화'라 불러줄 만한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흠잡을 만한 데가 없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정치적 문제나 인간관계보다는 폭력의 묘사에 비중을 많이 둔 것 같다. 돈이 많이 들어간 영화 이니까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겠지만. 모르피아 (Morfiy, 알렉시 발라바노프..

영화 2009.07.20

청춘쌍곡선

색다른 경험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환상여행을 한 것 같은 그런. 내가 고향이 부산이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태어난 바로 그 무렵에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에 나오는 로케이션들에 대한 실질적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영도다리는 본 것 같다. 영화에 나오듯 당시의 영도다리는 배가 지나갈 때 다리의 양쪽이 들어올려지는 '개폐교'였다) 어떤 근원적 향수를 자극한 것 같다. 김희갑(그렇게 젊다니!)이 부르는 '이별의 부산정거장' 같은 노래들도 새롭게 다가왔다. 가끔 오다가다 들을 때는 그냥 '옛 노래'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이 영화에선 정말 '저들의' 한을 담고 있는 듯이 여겨졌다. 당시의 시대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 것도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기록적..

영화 2009.06.17

마더

이 예외였음을 확인시키는 영화. 내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마더의 캐릭터. 보통의 엄마라도 아들이 살인 누명을 쓰면 거의 미칠 것이다. 근데 이 여자는 처음부터 그런다. 이런 류의 영화에선 (뭐 감독은 장르 영화를 비틀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미쳐가는 엄마와 함께 관객이 따라서 안타까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처음부터 미쳐 있으면 관객은 어떡하라는 건가. 그런 캐릭터로 설정한 이유가 마지막 1/4쯤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그때부터 좀 재미있어진다. 그러나 너무 늦다. 그리고 사실, 그 장면의 설득력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할아버지를 왜 죽이나? 그러면 아들이 풀려나나? 죽임으로서 아들이 풀려나는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미친 마더보다 처음엔 보통이었던 엄마가 더 나을 수 있다. 미친 사람이 그런 행..

영화 2009.06.06

김씨 표류기

몇 군데 웃기는 데가 있었다. 짜장면 배달 장면 같은 거. 하지만 전체적으론 - 내가 보기에 - 실패작이다. 집에 오면서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전혀 '아닌' 영화였다면 그런 생각도 안 했겠지만 이건 뭔가 잘 하면 될 뻔 했다는 느낌이 있었다. 한 가지 든 생각은, 너무 '실제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처럼 하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어떤 영화든 리얼리티가 있으면 좋은 거지만 이 영화는 기본 설정이 너무 황당하기 때문에 좀 더 판타스틱하게 가는 게 나았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자 김씨 얼굴의 흉터 (틀어박혀 지내는 근거를 제공)라든지 딸을 걱정하는 엄마 등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 였다. '깬다'고 할까. 여주인공의 캐스팅에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영화에선 그냥 여자..

영화 2009.05.30

박쥐

같은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서의 저력이 장면 장면에서 느껴진다. 새로운 요소들도 상당히 있다. 신부와 흡혈귀의 결합이라든지, 다국적적 설정 (세계화의 영향?) - 일본식 집(씨네21을 읽고 알았음)에 한복점, 보드카에 마작, 필리핀인 아내, 흑인 의사. 유령을 사이에 둔 섹스.. 하지만, 소 홧? 방금 네이버 검색을 해 보니 신부+흡혈귀가 딱히 새로운 것도 아닌 것 같다. 퇴마록에도 그런 비슷한 게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합된 형태는 틀림없이 새로와 보인다. 근데 문제는 - 내가 보기에 - 극과 극이 만나서 말하자면 중화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것이다. 영화 에도 신부의 몸에 악마가 들고, 지킬과 하이드를 보더라도, 선 아니면 악이지 애매하게 공존하지는 않는다. 모든 인간에게 그 두 가지 면이 있는 것..

영화 2009.05.16

Breathless

50주년을 맞은 이 영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글을 읽었는데, 표제문이 아래와 같다. "At 50, Godard’s film still asks how something this bad can be so good." (50이 되어서도, 고다르의 이 영화는 여전히 '어떻게 이렇게 나쁜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있는지' 수수께끼를 던진다.) 그 글에 의하면 원제 'A bout de souffle'의 뜻은 'breathless'가 아니라 'at the end of breath, at the last gasp'의 뜻이란다. 즉,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라는 것이다.

영화 2009.04.30

똥파리

나 같은 먹물이 반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군데 괜찮은 순간들이 있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순간들. 그런 삶을 살아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양아치 영화의 대부분은 양아치들이 서로 싸우는 얘기인데 이건 그런 게 아니란 점에서 새로운 느낌을 준 것 같다. 가족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양아치 영화에선 드물 거다. 하지만 감정 과잉, 지나치게 극적인 구성. 뭐 상업영화가 다 그런데 새삼 흠을 잡을 것은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특히 거부감이 든 하나 얘기하자면, 상훈이 '빚 해결'을 어떻게 그렇게 잘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온갖 몹쓸 짓을 하지 않고서 말이다. 대부분의 빚쟁이가 돈 있는데 안 갚고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 이전에, 시대 배경이 언제인지 (혹은 어느 나라..

영화 2009.04.26

The Reader

할리우드 영화 치고는 준수하다. 신선함은 없지만 촬영도 좋다. 하지만 의문점들이 좀 있다. 글을 전혀 모르는데 "친위대"(자막에 그렇게 되어있었다. 영어는 "SS"라고 했던 것 같다)에 들어갈 수 있나. 자기 이름도 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왜 글을 배우지 못했을까? 머리가 나쁘거나 게을러서인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어릴 때 가정 환경이 매우 안 좋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책은 아주 좋아한다?? 1922년생이니 2차대전 때는 20대. 충분히 공부할 수 있지 않나? 글을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는 캐릭터라면 공부에 대한 의욕이 없을지 모르지만, 한나는 그렇지 않다. 전쟁통이라서 공부를 못했나? 글쎄 그럼 그 후엔? 반복하지만, 여자는 글 모르는 걸 매우 수치스럽게 여긴다. 게다가 책도 좋아한다. 외국어도..

영화 200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