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전주 2012

Sister 스위스에 사는 가난한 "남매"의 성장 스토리. 나중에 남매가 아닌 것이 밝혀지면서 조금 흥미로워지긴 하지만, 개막작으로선 너무 평이한 영화인 듯. Innocence Unprotected 독일 점령하의 유고슬라비아에서 괴력사로 활동한 드라골류브 알렉시치(Dragoljub Aleksic)라는 사람이 1942년에 만든 (그가 각본, 감독, 주연 모두 맡았다) 같은 이름의 영화에 대한 다큐멘터리. 그 42년 영화의 장면들과 만든 사람들의 인터뷰, 당시 뉴스릴 등이 혼합되어 있다. 전주영화제 카탈로그에는 "그의 강인하고 매력적인 육체 뒤에 숨겨진, 이기적이면서 허영심과 환상에 가득 찬 본 모습은 교묘하게 스탈린과 티토 등 공산주의 지도자의 모습과 겹쳐진다"라고 되어 있지만 난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영화 2012.05.01

건축학개론

오랫동안 영화를 안 봐서 뭘 하나 봐야겠는데, 이게 그나마 평이 괜찮아 보였다. 기대를 안 했지만 어쨌든 나로선 별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약점은 헤어지게 된 계기다. 선배가 술을 먹이고.. 집에 가고 그걸 목격하고... 거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남자애가 마지막 수업에 안 들어간 이유도 잘 모르겠다. 자기가 만든 선물이 커서 그랬나. 글쎄 가방 같은 데 넣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또 큰 약점은 남자애(이제훈)의 연기다. 순진한 대학 초년생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순진한 대학 초년생을 연기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코미디라면 어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역할이라는 생각은 든다. 실제 20살 근처의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15년이나 지나서 첫..

영화 2012.03.29

도가니

'목적성'을 가진 영화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냥 화제가 된 영화니까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 상대적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연출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법정 부분은 꽤 감탄스러웠다. 아마 원작 소설에 힘입은 바가 큰 듯하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든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런 건 아마 보기 힘들지 않나 싶다. 사실 원작 소설과 영화의 내용 차이가 궁금하다. 각색을 얼마나 했는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확인하기 위해 소설을 찾아서 읽을 정도로 끌리진 않는다.) 스토리가 매우 영화적인데 각색에 의한 건지, 원작이 그런 건지. 마지막에 민수와 박보현 선생의 장면은 분명 원작에는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감..

영화 2012.01.21

풍산개

엉성한 데가 많지만 한편 상당히 신선했다. 휴전선을 넘나들며 "배달"를 한다는 설정부터, 전향했지만 죽음을 앞두고 "지도자 동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북한 고위간부, 그의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어 보이는 북한 애인 등. 그런데 스토리뿐 아니라 '엉성함'도 신선함에 기여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주인공이 멀리서 차 안에 있는 여자를 촬영하는 장면을 보면, 저 렌즈로 저 거리에서 여자 클로즈업이 나올 수 없지만 그런 게 그냥 하나의 스타일(?)로 여겨졌다. 말하자면 평양을 세 시간만에 갔다오는 황당함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이 장면이 "평양을 세 시간"처럼 의도된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장면이 사실적 으로 묘사되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는 말이다. 이런 "엉성함"은 물..

영화 2011.12.04

부산 2011 (2)

Almayer's Folly 못 만든 영화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사(&내레이션) 위주의 따분한 영화. Faust 영화제에서 작성한 'Program Note'의 번역이 잘못되었다. 파우스트가 "문학적 등장인물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파우스트가 문학의 등장인물로서 위의 세 실존인물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말이다. 그리고 "권력의 꼭대기에 오르려는"이 아니라 "권력의 꼭대기에 오른"이다. 그들의 공통점에 대해서는 소쿠로프는 두 가지를 말한다. "a love of words that are easy to believe"(듣기에 그럴듯한 말을 하는 걸 좋아한다는 뜻) 그리고 "pathological unhappiness in everyday life"(일상에서의 병적 불만/우울). Smuggler 만화에..

영화 2011.10.16

부산 2011 (1)

오직 그대만 부산의 역대 개막작 중 최악. 반도 안 보고 나왔으니 평가를 할 수 없는 건진 모르겠다만. Footnote 주인공(아버지)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한 세계적인 (지금은 죽은) 학자가 쓴 책의 각주(footnote)에 자신이 언급되어 있다는 것. 논문이 인용된 게 아니라 그냥 그 덕분에 저자가 어떤 점을 알게 되었다는 (.. was brought to my attention by ..) 걸 밝힌 것이다. 학자들의 업적과 명예를 둘러싼 신경전을 소재로 극장용 영화를 만든 게 신기하다. 나도 유사 직종에 종사하다보니 공감 가는 것들이 꽤 있었다. Tominaga Park 다소 정형화된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가끔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있다. We Have a Pope 결말이 충격적이..

영화 2011.10.14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오리지널 에 대한 기억과 씨네21 및 imdb의 평점으로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껍데기만 침팬지고, 그냥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반란을 일으키는 상투적 스토리다. 인간 집단이 그러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초자연적 점프 능력을 가졌다는 것 정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슈팅게임 같은 것에 익숙해져서 아마 그 정도 점프는 당연한(?) 것일 테다. 시저가 침팬지들 사이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은 그나마 좀 침팬지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게 여전히 너무나 인간스럽다. 말했 듯, 인간이 침팬지 껍데기를 쓰고 있는 것뿐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種이 지적이 되어가는 과정 - 얼마나 궁금한가. 물론 인류가 아직 그런 걸 본 적이 없으니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영화 2011.09.12

고지전

처음 고지 탈환을 할 때 너무 쉬워 보였다. 그렇게 쉽게 이기는데 왜 뺏겼나. "2초" 저격병을 그렇게 쉽게 찾는데 수십 명이 당할 때까지 왜 가만 있었나. 신하균은 그 저격병을 왜 놓아주었나. 아군 수십 명을 죽였는데. 홍일점 여군? 그런 것도 있나. 특기가 있어서 특파됐나. 후퇴하면서 물건(편지 등)을 남겨 놓을 시간/정신이 있나. (전투 장면들을 상기해보라) 미리 넣어 두었나. 그럼 점령(탈환) 후 우선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편지 쓰는 거겠군. 휴전 결정 후 계곡에서 남북군이 마주치는데, 일부러 마주치려고 하지 않은 다음에야. 끝에 이제훈이 연설하기 전까지 부대원들은 "악어"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던 건가. 같이 노래 부르는 것, 좀 심하다. 이 그리워진다.

영화 2011.08.06

파수꾼

누구는 "최고의 성장영화"라고 했단다. 영화학교/학과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영화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분명 양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극찬을 받을 만한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예술작품에 모호함이 좀 있는 것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바람직한 것이기도 할 테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정도가 심하다. "얘기했어?" "뭘?" "알잖아?" "뭘?" 시종 이런 식이다. 가장 답답했던 건 끝 무렵에 기태 아버지와 동윤이 만났을 때다. 드디어 이야기가 좀 나오겠구나 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 대사 약간이랑 시간 경과 후 동윤이 술이 좀 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다. 허. 이건 모호함이 아니라 무책임 아닌가. 내가 뭘 놓치고 있나. 내가 최대한 이해한 바로는, 기태는 동성애자이고 또한 어머니가 없는 것으로 ..

영화 2011.07.03

Inside Job

스타일 측면에서 보면 평범한 다큐멘터리다. 인터뷰와 자료 화면, 그리고 맨해튼 등 관련 장소들의 이미지. 그래도 이 주제를 다룬 대표작으로 충분히 내세울 만하겠다. 미국 TV 에서도 아마 유사한 다큐멘터리가 있었겠지만 이만큼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것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섭외가 쉽지 않았을 주요 인물들도 많이 인터뷰한 것 같다. 8,000원이 다소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영화는 극장 가서 봐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갔다. 경제 용어들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운 면은 있을 것이다. IMDB의 관객 평점은 8.3인데 시네21 사이트에는 5.8(참여인원 6명)에 불과했다. 우리와는 상황이 좀 다른 점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미국만큼 방만(좋게 말하면 발달인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

영화 201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