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써니

전작보다 조금 더 때깔이 좋고, 재미도 전작만큼 (but 그만큼만) 있었다. 유치함이 더 과감해졌다는 차이가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연타석 안타. 분명히 재능이 있다. 마음에 들었던 대사 중 하나: "못 산다고 주눅 들어 있으면 잘 살 때까지 괴롭힐 거야." 그러나 한편 되새겨 보면 이 영화의 공허함을 드러내 주는 한 예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대사는 고등학생이 할 만한 말이 아니며(이 대사는 자신이 못 살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감수성/우정을 성인에게 투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에게 "잘할 때까지 괴롭힐 거야"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운 동창에게 "잘 살 때까지 괴롭힐 거야."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이 영화..

영화 2011.05.25

Pierrot le fou

Poetry is a game of loser-take-all. 詩는 진 사람이 전부 갖는 게임이다. ------------------- I've got an idea for a novel: 소설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어: Not to write about people's lives anymore, 사람들의 삶에 대해 쓰지 않고 but only about life - life itself. 단지 삶 그 자체에 대해 쓰는 것. What lies in between people: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 Space, sound, and color. 공간, 소리, 색. I'd like to accomplish that. 그것을 해내고 싶어. Joyce gave it a try, 조이스(제임스 조이스)가 시도..

영화 2011.05.13

전주 2011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이란판 법정 드라마. 스토리가 상당히 영리하지만 우연적 요소들이 지나치다. Essential Killing 영화제에 나온 영화로서는 수준 이하. Exit Through the Gift Shop 이번 전주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다. 뱅크시를 포함한 '거리 미술가'들에 대한 다큐 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동영상을 촬영한 티에리 게타라는 사람에 대한 다큐이다. 나로선 이 게타라는 인물이 더 흥미 있었다. 말 그대로 '카메라를 든 남자'라고 할 만하다.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람들을 촬영했는데, 영화나 다큐에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촬영(혹은 기록) 그 자체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다. 이 영화는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제공한다. 어릴 때 ..

영화 2011.05.03

The Lady from Shanghai (2)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TmVx1bCTRSc Please don’t kiss me But if you kiss me don’t take your lips away Please don't hold me 제발 날 안지 말아요 But if you hold me 하지만 날 안는다면 don't take your arms away 팔을 거두지 마세요 Comes a change of weather 날씨가 변할 때가 오지요 Comes a change of heart 마음이 변할 때가 오지요 And who knows when 그리고 비가 언제 내릴지 the rain will start 누가 알겠어요 So I beg you 그러니 빌게요 Ple..

영화 2011.03.25

The Lady from Shanghai

마이클은 주인공(오손 웰스), 엘자는 "상하이에서 온 여인", 아서는 그녀의 변호사 남편, 조지는 그의 동업자. 아서: According to George here, Michael is anxious to quit. 조지 말이, 마이클이 관두고 싶어한다는데. 아서: Did you know about that, Lover? 알고 있었어, 자기? 엘자: No, I didn't. 아뇨, 몰랐어요. 아서: Shut up, George. 조용히 해, 조지. (옆에서 술취한 조지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아서: What's the matter, hours too long? 이유가 뭔가, 일이 힘든가? 마이클: No, sir. 아닙니다. 아서: How about the money? 그럼 돈이 적은가? 마이클: I ..

영화 2011.03.24

Black Swan

정신착란을 일으키면 예술에 성공하는 모양이지? 예술가가 작품에 "광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대개 그만큼 열심히 한다는 의미다. 물론 가끔 정말 정신이상자와 비슷한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헛것을 경험하는 그런 수준이라면 그는 무대가 아니라 정신 병원에 있어야 할 것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니나가 헛것을 경험할 때는 항상 혼자였다. 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선 이상 행동을 하지 않는가? 내 상식으로 정신착란은 혼자 있을 때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정신 이상에 어떤 논리가 느껴지지 않는 게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가령 같은 걸 보면 주인공이(예술가는 아니지만) 점점 미쳐가는데, 그것이 일에 광적으로 몰입한 것의 결과로 여겨진다. 하지..

영화 2011.03.01

Winter's Bone

미국영화 치고는, 특히 선댄스 영화 치고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상투적인 게 별로 없어서 다소 뜻밖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는 모양이다. 탄탄한 스토리에 비해 감독의 역량이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연출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보다는 스토리에 담긴 인간관계나 심리를 깊이 있게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는 거다. 끝 부분의 '아버지의 손' 장면은(위 사진: day-for-night 이다) 매우 극적이고 훌륭한 아이디어인데, 그 앞까지 영화가 그것을 적절히 준비하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다소 갑작스런 느낌이다. 원작이나 시나리오를 본 사람은 아마 모두 그 장면에 반했을 것이다. 영화엔 그 장면은 있지만, 그 장면의 의미나 무게감은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 내가 보기엔. 영화연출의 경험이 있든 없든 원..

영화 2011.02.15

부산 2010

산사나무 아래 '사라진 순수함'을 표현하려고 한 듯하나 좀 따분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백혈병으로 죽는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외국영화가 별로 볼 만한 게 없는데다가 올해 한국영화를 많이 해서, 올해는 한국영화나 좀 볼까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그 생각을 사그라지게 한 영화. 아주 나빴단 의미는 아니다. The Tiger Factory 100%는 아니지만 카메라가 계속 주인공(여)을 쫓아다니는 게, 다르덴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주인공이 꽤 흡인력이 있지만, 한편 표정 변화가 너무 없어 단조로운 느낌이 있다. 의도인지 모르지만. Honey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작. 지루한 영화 = 좋은 영화? 화면은 왜 그리 어두운지. 시작 장면은 뭔가를 기대하게 하는데.. 비 오는 날의 오후 세 ..

영화 2010.10.16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깐느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중에서 아마 가장 실망스러웠던 영화이지 싶다. 새로운 맛이 없지는 않지만 너무 투박하다. 가끔 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태국의 문화나 역사를 몰라서 그런지, 너무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위 마지막 장면도 그 하나다. 신비주의(적당한 용어인가?)를 싫어하지 않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석의 여지를 줘야 할 것 아닌가. 올해 참 영화가 없었나부다 하는 생각도 든다. 황금종려상 영화를 부산영화제가 아닌 데서 본 것도 근래 처음인 것 같다. 수입사와의 협의가 잘 안 되었나. 올 부산에서 초청하지 않은 이유도 궁금하다. 후져서 그런 건 아닐 거고.. 어쨌든 깐느 최고상을 받은 영화가 이 정도면 올 부산은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뭐 요즘 크게 기대한 적도 없었지만. ..

영화 2010.09.26

The Room

"테네시 윌리엄스의 열정을 가진 드라마"라는 광고와 함께 2003년에 개봉. 영화제 등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TV, 신문 등에 상당한 광고를 함. LA에서 화려한 프리미어를 했고, 감독-작가-주연-제작자-배급자인 Tommy Wiseau 는 거기에 리무진을 타고 나타났다. 몇 극장에서는 관객의 절반이 20분만에 나가버렸고 나머지 절반은 웃음으로 마비되었다. 2주 동안에 번 돈은 1,900달러이고 제작비 600만 달러의 1/3000 이 안 된다. 의 광고 중에는 LA의 언덕에 설치한 대형 빌보드도 있었는데 (Wiseau의 "비대칭적" 얼굴 사진이 거기 있었다), 초기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Wiseau는 그것을 5년 동안 비용을 지불하며 세워두었다. 2008년에 마침내 철거될 쯤에는 ..

영화 201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