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201

Blade Runner

데커드가 "다치는 건 business의 일부"라고 하자 레이첼이 "I am not in the business. I am the business."라고 말하는 장면. (영화업에 비유하자면 "I am in the business."는 제작, 배급, 상영 등의 영화업에 종사하는 것이고 "I am the business."는 영화 자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고 하겠는데, 하나는 영화는 - 대개 - 좋은 것이지만 인조 인간은 제거 대상이라는 것이다. 경찰의 업무는 사회의 악을 제거하는 것이고 레이첼은 그 대상의 하나라 하겠다. 또 한 가지 면은, 일반적으로 인간은 사고 팔고 하는 사업의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따라서 레이첼의 이 말은 자..

영화 2008.02.13

Vertigo

근래에 영화 이렇게 재미있게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옛날에도 물론 재미있게 봤었지만, 그 동안 인생을 더 살았고, 영화도 더 많이 봤고,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자막으로 꼼꼼히 보니 대사가 참 재미있었다. 웃기다기 보다는 - 가끔 웃기기도 하지만 - 종종 다층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뭐랄까, 감칠 맛이 난다. 한글자막으로는 알 수 없는 한 예를 여기 올린다. 매들린(킴 노박)이 감사의 편지를 존(제임스 스튜어트)의 집에 넣어 놓고 돌아가려는데 문간에서 존을 만난 장면이다. 존이 손에 들고 있는 게 그 편지다. 편지의 내용이 직접 소개되지는 않지만 아마 끝에 "I hope we will meet again sometime."이라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존의 "I hope we will, too"는 그것에 ..

영화 2008.02.10

짧은 이야기

한 노인이 노란 픽업 트럭(미국 시골에서 농부들이 많이 쓰는 트럭)을 몰고서 마을에 들어섰다. 그는 주차를 하고 내려서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선술집으로 들어갔다. 아침 10시였고, 그는 전날 밤 한 숨도 못 잤다.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두고 그는 무슨 일인지 얘기를 했다. 그 전날 땅거미질 무렵에 하얀 잠옷을 입은 한 젊은 여자가 그의 부엌에 들어 왔었다. -- Kent Haruf, Harper's 2008년 1월.

카테고리 없음 2008.02.07

에반게리온 : 序

원작 TV시리즈를 안 봐서 그런지 별로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사도(使徒?)와의 대결은 좀 볼 만했다. 전국의 전기를 끌어모아 그 에너지로 공격한다는 발상이 그럴 듯하다.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더 궁금한 건 그 사도의 에너지 소스가 뭔가 하는 것이다. 아니, 에너지원 자체보다, 그 화려한 공중 쇼(?)가 왜 필요할까 하는 것이다. (만화 영화에서 그런 걸 따지려는 게 아니라, 몰입이 안 되니까 그런 생각들을 했다는 말이다.) 로봇을 '조종'하는 아이와 그 로봇 사이의 인터페이스도 궁금했다. 아이가 들어간 후 어떤 액체를 채우는 게 보여지는데, 그게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지..? 나의 좁은 상식으로는 아이의 뇌와 로봇이 전선 같은 걸로 연결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영..

영화 2008.02.03

reasons for having sex

미국 텍사스대학의 두 심리학자가 2000명을 대상으로 '섹스를 하는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237 가지가 나왔는데 그 중 일부입니다. (Harper's, 2008년 1월, p. 30.) 심심해서 / 결혼했으니까 / 습관이 되어서 파트너가 나와 시간을 보내게끔 할 유일한 방법이어서 / 파트너의 잔소리를 멈추게 하기 위해 내 친구들보다 더 많이 섹스를 하고 싶어서 / 누군가 "너 할 수 있어?"라고 해서 왜 다들 법석인지 알고 싶어서 / 부모에게 반항하려고 / 내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가입의식(儀式)이었다 / 그 사람이 유명해서 / 그 사람이 춤을 잘 춰서 눈이 아름다워서 / 유머 감각이 뛰어나서 / 내게 비싼 저녁을 사줘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 누군가 (대가로) 돈을 줘서 / 섹스 중독이어서 호르몬 상..

카테고리 없음 2008.01.30

Sweeney Todd

할리우드 영화 치고는 근래에 드물게 反영웅적인 영화라는 점 외엔 별로 새로운 게 없었다. 뮤지컬이라는 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다. (작년에 본 를 생각하면 뮤지컬이라서 꼭 단순해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 영화도 아주 좋았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보다 훨씬 지적이다.) 모노 톤에 가까운, 로 키(low key)의 그 세기말적 풍경도 잘 만들긴 했지만 식상하다. 마지막에 거지가 ..로 밝혀지는 것도 반전을 위한 반전 같이 여겨졌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같은 그런 무게가 느껴지지 않은 거다. 가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캐릭터가 독특하고, 그림도 개성적이었던 것 같다. 물론 17년 전 영화이니 비교에 한계는 있다. 를 30대에 봤다면 아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을 지금 다..

영화 2008.01.26

塵不動

竹影掃階 塵不動 (죽영소계 진부동) 月輪穿沼 水無痕 (월륜천소 수무흔) - 채근담(菜根譚) 중에서. 竹影: 대나무 그림자; 掃: 쓸 소 ('청소'의 소); 階: 섬돌 (집채의 앞뒤에 놓은 돌층계)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지만 먼지(塵)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려서 그 그림자가 섬돌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거겠죠. 輪: 바퀴 륜; 穿: 뚫을 천 ('천착'의 천); 沼: 못 소; 痕: 흔적 흔 "달빛이 연못을 꿰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라고 된 것도 있지만 "달이 연못 속으로 들어갔지만..."이란 번역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은유라고 하더라도, "달이 물 속으로 들어갔다"란 표현을 할까. 연못에 달이 비치면 십중팔구 실제 달도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2008.01.25

Next 50 years

향후 50년 동안에 사라질 것들이랍니다. Future Files: A History of the Next 50 Years (저자 Richard Watson) 란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2009 Pay Phones (공중전화) 2010 Advertising Regulation (광고 규제(법)) Ashtrays (재떨이) 2012 Video Rental Stores (비디오 대여점) Fax Machines (팩스 기계) 2013 Getting Lost (길 잃음) 2017 Handkerchiefs (손수건) 2018 Secretaries (비서) Village Shops (구멍가게?) 2019 Size 0 (가장 작은 여자 옷 크기) 2020 Copyright (저작권) 2021 Buckteeth (뻐드렁..

카테고리 없음 2008.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