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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살기

문재인 딸 문다혜가 청와대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해 윤건영 의원이 "딸이 친정에 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인간적인 면까지 정치적 공세 대상으로 삼는 게 야박하다”고 말했다. 이것에 대해 처음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의 말로 대신하겠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의 하나다. "친정 나들이를 일 년 넘게 하는 게 상식적이냐? ... 상식선에서 얘기하자. 니는 결혼한 딸이 일 년 넘게 안 가도 냅두냐?" 딸이 1년 동안 친정에 와 있는 것도 "인간적"이라고 우길지 궁금하다. 그와 별개로, '친정'이라는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단어를 쓴 문제가 있다. 결혼 한 아들이 독립해서 살다가 형편이 안 좋아져 부모 집에 들어갔다고 하자. 이건 "딸이 친정에 간" 경우가 아니므로 덜 인간적인가? 결혼한 딸이 부모한테 가면 인..

카테고리 없음 2021.11.12

논리학 기초

김만배가 "이재명이 배임 아니면 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는데, 그 말은 물론 "내가 배임이면 이재명도 배임이다"와 논리적으로 같은 것이다. "A이면 B이다"라는 조건명제가 있을 때 그것의 가정과 결론의 위치를 바꾼 걸 converse라고 하고(아래 1번), 가정과 결론을 부정한 것을 inverse라고 하며(2번), 위치도 바꾸고 부정도 한 것을 contrapositive라고 한다(3번). 1. B이면 A이다. (converse) 2. A가 아니면 B가 아니다. (inverse) 3. B가 아니면 A가 아니다. (contrapositive) 1과 2의 참/거짓은 원래 명제의 참/거짓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3은 항상 일치한다. 원래 명제와 3은 논리적으로 등가(等價)이다. 다만 논리적으로 같다고..

카테고리 없음 2021.11.05

식용 개 논란

윤석렬 후보가 "식용 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되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개는 똑같다"고 주장한다.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대해야 하듯이 개도 (보호할 거면) 모두 차별 없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우리는 왜 인종 차별을 하면 안 되는가? 피부색과 상관없이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고통 받기 때문이라고 아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논리를 개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들이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종류와 상관없이 같이 느끼고 고통 받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식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소, 돼지를 생각해 보자. 그 동물들은 개보다 특별히 덜 느끼고, 덜 고..

카테고리 없음 2021.11.03

한국의 문화적 위상

Foreign Affairs 사이트에 올라온 글에서 인용. 국내 정치가 하도 시궁창 같아서 이런 내용이 생소하게 여겨진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작고, 위협적이지 않으며, 점점 "쿨"해지는 나라로 인식한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무역 흑자를 내고 있지만 한국의 수출품과 투자에 대해 반발하는 미국인은 거의 없다. 삼성, LG, 기아, 현대 같은 한국기업들은 미국인들의 삶에 당연한 일부가 되었다. 이것은 1980년대 도요타, 소니, 혼다 같은 일본기업이나 요즘의 화웨이 같은 중국기업과 크게 대조적이다. 갤럽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7%의 미국인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003년에는 46%에 불과했다. 한국에 대한 이런 긍정적 인식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카테고리 없음 2021.10.20

부산 2021

온라인 예매 오픈이 9월 30일 오후 2시였다. 예매할 영화 10편의 순서를 정해놓고 시작하자마자 들어갔는데 1번 영화의 좌석이 절반도 안 남아 있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이후 2~5번의 영화는 이미 매진이었다. 결국 처음 정한 10편 중 5편 정도만 예매에 성공하고 나머지 스케줄은 원래 리스트에 없던 것들로 채웠다. 그런데 내가 첫 번째로 뽑은 영화는 예매 성공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남포동의 롯데시네마인데 센텀시티의 롯데인 줄 알았던 것이다. 난 올해 남포동에서는 아예 안 하는 줄 알고 있었다. 티켓에 '롯데시네마 대영'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 '대영'이란 글자를 무심히 넘긴 것이다. 선입견이란 게 무섭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나이가..

영화 2021.10.14

My Love for Nature

All this tall grass has ruined my gold 이 키 큰 풀들이 나의 금색 acrylic nails & I know something’s dead 아크릴 네일을 망가뜨렸고, 창 바로 밖에는 just beyond my window. I grew up 뭔가 죽어 있는 게 분명하다. with rats running my floorboards 난 마룻바닥에 쥐가 돌아다니는 속에서 자랐고 & know the smell straining from a body 궁지에 갇혀 죽은 사체에서 once caught in a trap. In the city 스며나오는 냄새를 안다. 도시에서는 what little I have of an ass 내 보잘것없는 엉덩이지만 is always out, a si..

2021.10.03

Umirayushchiy lebed (The Dying Swan)

1차대전 끝나기 전까지는 러시아에 영화가 거의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에 놀랐고(창피하다), 영화의 내용에 놀랐고, 작가가 (여)배우라는 것에 또 놀랐다. "삶은 죽음보다 더 끔찍해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1917년 영화에 이런 대사를 상상할 수 있나. 원작 소설 같은 게 있었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IMDB에 보면 시나리오를 쓴 Zoya Barantsevich는 (1914) 등 14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대본을 쓴 건 이것 외 하나가 더 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한글 자막은 씨네스트에 있었던 것 같다.

영화 2021.09.27

혼술

인류는 왜 술을 마시게 되었나? 약 천만 년 전에 인류의 조상은 유전적 변이로 알코올 대사를 40배 촉진시키는 효소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당시 기후변화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때에 그 선조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숲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약간 발효된 과일들을 섭취하여 칼로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이 맞다고 해도 현재의 인류가 술을 좋아하는 건 설명이 잘 안 된다. 천만 년이면 그 형질이 퇴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식량 위기 때 도움이 되었다고 해도 알코올은 몸에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위기가 지난 후에는 그 분해 효소가 도태되는 게 자연스럽다. 쉽게 말해, 굶어죽는 것보다는 낫지만 알코올이 좋은 음식은 아닌 것이다. 술이 인류의 생존에 계속 도움이 되었을 것이..

카테고리 없음 2021.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