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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실?

『불편한 사실』이라는 책이 새로 번역되어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은 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아마존에서 원서를 찾아보니 미국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읽지 않았으니 그 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컨센서스를 찾아보았다. 아래 그래프는 2009년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실린 것이다. 결론만 먼저 간단히 말하면, 비전문가일수록 지구온난화를 의심한다는 것이다. 맨 왼쪽, 즉 일반인(general public)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지구과학 분야의 학자들이며 90% 이상이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각 카테고리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Non-publishers / Non-climatologists: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지 않았거나 기후학..

카테고리 없음 2021.04.24

The Lady Eve

무슨 뜻인지 한참 생각했다. 같은 복장으로 돌아올 시간이 충분했다? 말이 되나? 옷을 갈아 입을 시간이 충분했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앞뒤 맥락을 봤을 때 아무래도 성적인 걸 암시한 것 같다. "옷도 안 갈아 입은 걸 보면 **할 시간이 충분했다" 혹은 "옷 안 벗고 했다면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 것. 검열이 강했던 시절이라 모호하게 한 것이다. 이어지는 대사는 다음과 같다. 진(바바라 스탠윅): "I'm lucky to have this on. Mr. Pike has been up a river for a year." ("이 옷을 입은 게 다행이었어요. 파이크 씨는 [아마존] 강에 1년 동안 있었어요." 급했다는 의미.) 찰스(헨리 폰다): "Now, look, I..." (당황함) 진의 아버지(찰..

영화 2021.04.20

미나리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 처음에 'A24' 로고가 나오는 거 보고 기대치가 급상승했다. 여태 본 A24 영화는 모두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예외였다. 심심함의 표본이라고 할 만했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서양 사람들은 재미있게 볼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생각들을 적어 본다. 1. 시대 배경이 현재인 줄 알고 갔기 때문에 소품이나 방송화면 등이 이상했다. 과거 배경인가? 그렇다면 왜? 궁금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감독이 어릴 때 아칸소 주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단다. 2. 제이콥(스티븐연)은 이민 오기 전에 한국에서 뭘 했을까? 농사 경험이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의 농부가 미국 이민 갔다는 이야기는 낯설다. 미국에서 처음 농사일을 시작했다면 - 이 또한 낯설다 - 그 과정이 궁금..

영화 2021.04.06

남산 산책로

일요일에 학교 왔다가 남산에 올라가니 사람이 많았다. 이 길에 사람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봤다. 한강이나 여의도로 갔었을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제 비가 안 왔으면 오늘 절정의 벚꽃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늘도 오래간만에 아주 맑았는데, 날이 맑은 건 어제 비가 많이 온 덕분이니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근데 가운데 오른쪽에 걸어가는 사람의 머리가 기형적으로 작아 보인다...)

카테고리 없음 2021.04.04

스파이의 아내

냉전도 끝난,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스노우든 같은 사람이 국가기밀을 빼내는 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군국주의 일본 시절에 순전히 양심 때문에 국가기밀을 빼내 서방에 알린다? 글쎄, 난 그런 있기 힘든 이야기는 실화여야 한다고 본다. 영화는 실화인 것처럼 진행된다. 관동군의 만행은 역사적 사실이고, 실제 기록 필름도 사용되었다. 끝에 주인공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도 자막으로 알려준다. 그러나 내가 찾아 본 바로는 실화에 바탕을 둔 게 아닌 것 같다. 실화가 아니라면 이런 영화를 왜 만들까?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스릴러를 만들 소재는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 당시 이런 양심적인 일본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희망을 표현한 건가? 그 당시에는 없었지만 이제는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역사..

영화 2021.03.29

bread and circus

The Atlantic 1/2월호에 실린 글에서 인용. 시나 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현장 의료진이 윤리적 결정을 - 예를 들어 한정된 자원으로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게 둬야 하는지 - 떠맡는 문제를 다룬 글이다. [의료윤리학자] 핀스는 매일 저녁 7시에 뉴욕 시민들이 밖으로 나와 의료 종사자들을 응원하는 그 '박수' 소리에 움츠러들었다. 그는 "그 박수는 어떤 면에서 굴욕감을 주었어요.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어요. 우리 중 누구도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라고 눈에 띄게 불편해 하며 말했다. [의료진의 한 명] 토레스-록하트는 길고 끔찍했던, 소생 실패가 연속된 날을 마치고 병원을 나오며 그 7시 박수를 들을 때 공허함을 느꼈다. "그런 날에 그런 갈채를 받는 건 맞지 않았어요." 그녀..

카테고리 없음 2021.03.25

적폐

LH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누군가가 나름 머리를 굴린 것일 테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그들이 했던 '적폐청산'과 물론 다르다. 1. 그때는 '적폐'가 그들과 상관이 없었다. 구정권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LH 사태는 문재인이 직접 개입되지 않았다 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관리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마치 남 이야기하듯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2. 사전을 보면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이 정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혀 몰랐던 것도 적폐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적폐'는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에 쓰는 말이다. '쌓이고 쌓인'이란 표현에서 그런 게 드러난다. 그건 누적된 불만을 ..

카테고리 없음 2021.03.16

사망의 원인

알다시피 영어 표현에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 (the last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라는 게 있다. 여기서 그 마지막 지푸라기는 낙타 등이 부러진 '원인'이라고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 지푸라기가 실제 기여한 것은 1%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백신 접종 직후 사망하는 기저질환자들이 대부분 이것과 같다고 본다. 의학적 측면에서 사망 원인의 99%가 기저질환이라고 하더라도 백신은 마지막 결정적 원인일 수 있다. 그 마지막 지푸라기를 등에 얹지 않았어도 기존의 짐만으로 몇 시간 후에 등이 부러졌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도 그 지푸라기가 등이 부러지는 걸 앞당겼다면 '원인'이라고 하는 게 옳다. 마찬가지로 백신을 맞지 않았어도 어차피 한 달쯤..

카테고리 없음 2021.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