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우게츠 이야기

The finest silk, of choicest hue 더없이 고운 빛깔의 비단도 May change and fade away 변하고 퇴색할 수 있지요 As would my life, my beloved 내 인생도 그럴 거예요, 내 사랑 If thou shouldst prove untrue 당신이 진실하지 않는다면요 Our vow to love for a thousand years 우리, 이 잔과 함께 Is sealed with this cup... 천년의 사랑을 맹세해요 "진실하지 않는다면"이 문법에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진실하지 않으면"이라고 하면 현재에 대한 가정법이 되는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예전에 봤을 때에도 감동적이긴 했지만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진짜 늙어가는 모양이다. 감독의..

영화 2013.10.04

더 테러 라이브

와 반대 상황이었다. 그건 실망할 준비를 했는데 그런대로 볼 만했고 이건 감탄할 준비를 하고 갔는데 실망이었다. 첫 장면에 (테러범의) 전화를 끊을 수 없다는 설정에서부터 신뢰감을 잃었다. 대체 전화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뭐지?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상대가) 끊어야 다른 사람이 전화할 수 있다"는 뭐 그런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설사 그렇다해도(다른 사람의 통화가 막혔다해도) 그와의 통화는 끊을 수 있지 않나. 21억원이란 돈을 선뜻 주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그 돈을 테러범이 무사히 찾을 수 있단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이경영이 인질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도 황당하고, 대통령이 방송국에 와야..

영화 2013.08.28

설국열차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주변 반응도 대체로 좋지 않았던 것에 비해선 나쁘지 않았다. 중간 정도까지는 너무 평이하고 따분한 액션 영화 같았으나 열차 앞쪽으로 가면서 하나씩 나타나는 새로운 공간들이 흥미로웠다. 다음 칸에는 뭐가 나올지 짐작이 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원작만화에 힘입은 바 크겠지만 어쨌든 중후반부에는 흥미가 대체로 유지되었다. 감독의 연출력도 별로 손상된 것 같지 않다. 틸다 스윈튼도 카리스마가 있다. 스토리상의 허점들이 보이긴 했다. 특히 열차 중간부터는 커티스를 비롯한 몇 명만 앞으로 나아가는데 - 그것도 무장을 하지 않은 채 -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끝에 윌포드의 설명에 의하면 인구 조절을 위해 반란을 "허용"했다는데 글쎄. 반란은 단순히 사람이 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

영화 2013.08.17

The Congress

올 부천의 개막작. IMDB의 관객평점이 안 좋아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런 것에 비해선 나쁘지 않았다. 초반의 실사 부분은 진짜 지루한데 애니메이션이 시작되면서 볼 만해진다. 나에게 특별히 흥미 있었던 점은 가상세계(virtual world)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는 것 이다. 이게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 보통의 애니메이션에서 가령 사람이 등장한다면 관객은 진짜로 사람이 저렇게(2차원의 그림 같이) 생겼다고 생각하면서 보지 않는다. 극중 캐릭터 상호간에도 마찬가지다. A의 머리가 동그랗고 B의 머리가 사각형이라고 해서 서로의 '눈'에 상대방의 얼굴이 사각형 혹은 원으로 보인다는 걸 의미하는 게 (일반적으로)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등장 인물의 눈에 다른 인물/..

영화 2013.07.20

전주 2013

DEAD MAN AND BEING HAPPY 차 안으로 갑자기 뛰어든 중년 여인(물론 미인)과 생의 마지막 여행을 하는 노인 이야기. 내게 뛰어드는 여자는 없나. THE CASTLE 미하일 하네케라고 해서 봤다. 카프카 원작이 아니라면 이런 absurd한 이야기의 영화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FOXFIRE 잘 만들었지만 2008년의 를 매우 좋게 봤던 것에 비하면 평이하다. 숏!숏!숏! 2013 김영하의 단편소설에 바탕을 둔 단편영화 3편. 이 재밌었다. 시계를 보면 오줌이 마렵다든지 부모가 죽은 원인 같은 것들이 억지스럽게 여겨지긴 하지만. THE MASTER 올 전주에서 본 영화 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고, 토마스 앤더슨 영화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 같다. 대사가 좀 지적이다 보니 자막 ..

영화 2013.05.01

Django Unchained

30-40분까지는 색다른 상황들 때문에 꽤 몰입이 되었는데, 점점 지루해지더니 마지막엔 피범벅으로 역겨움까지 주었다. 이전에 에 대해 욕했는데 이건 그것보다 더 못하다. 같은 욕을 더 하고 싶지는 않고 마침 Harper's 지난 3월호에 관련된 글이 있어서 일부 인용해 본다. 작년 말에 있었던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을 계기로 미국 미디어에서의 폭력을 비판한 글이다. 타란티노의 의사(擬似)역사적 복수 판타지에서 인간은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특대형 물풍선이다. 그 빨간 내용물을 벽과 주위 사람들에게 신나게 뿌려대는 것만이 그들의 역할이다... 몇 십 년 전에는 갱영화를 인간의 어두운 실존에 대한 하나의 섬세한 은유로 간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줄지어 나오는 극단적 폭력의 미학을 맞닥뜨리며 내가 생각할 수..

영화 2013.04.25

지슬

가끔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돼지 삶는 장면과 순덕이 죽은 걸 확인하고 밤에 돌아오는 언덕에 여자 이미지가 겹쳐진 것. 마지막에 지방(紙榜)(이라고 해야 하나?)을 태우는 이미지들도 좋았다. 흑백이 어울리는 것 같다. 불만을 말하자면, 주민들의 대화가 너무 단조롭다. 거의 책 읽는 것 같다. 연출의 의도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매우 지루했다.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도 많다. 첫 장면의 의미는 뭔가. 박일병은 왜 그렇게 된 건가. 왜 군인들은 수색/토벌에 열심이지 않은가(어쨌든 묘사된 장면 들만 봤을 땐 그렇게 보인다). 제주에 젊은 여자가 순덕밖에 없나. 할머니는 숨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늦게 발견되어 죽는가. 군인들이 동굴을 대충 돌로 막고 떠난다? 강간 얘기가 꼭 들..

영화 2013.04.12

스토커

평범하지 않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내가 보기에)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영화의 절반이 넘어가도록 포인트가 뭔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크게 지루하지 않은 건 감독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모호한 상태가 너무 오래 간다. 인디아의 행동의 배경이 드러나면서 조금 흥미로워지긴 한다. 그러나 여전히 행동의 동기를 잘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왜 남자애(윕)을 유혹했다가 가해를 하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나 아니면 나중에 생각이 바뀌었나. 전자라면,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건장한 남자애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후자라면, 갑자기 도덕적 판단을 하게 된 건가 아니면 갑자기 성적 충동이 가학 충동으로 바뀌었나. 가학 충동은 성적 충동과 같은 것이 아..

영화 2013.03.24

신세계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봐서 그런지 재미있었다. 몇 군데 어설프게 여겨지는 장면이 없지 않았지만 끝까지 긴장을 유지했다. 배우들도 괜찮았고 특히 이정재가 열연한 것 같다. 랑 비슷하다고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뭐 장르 영화에서 그 정도 가지고 크게 흠 잡을 건 없지 않나 싶다. 의 주인공은 의 두 주인공을 합쳐 놓은 것 같다. 범죄 조직에 장기간 잠입해 있는 것은 양조위와 비슷하지만, 마지막에 변절(?)하는 것은 유덕화와 비슷하다. 그런데 갱을 죽이고 착한 사람으로 '변절'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데, 경찰을 죽이고 나쁜 사람으로 변절하는 것에는 좀 무리가 따랐던 것 같다. 부패 경찰도 아닌 멀쩡한, 그것도 간부인 2명을 살해하고 (누가 그랬는지 뻔한데) 범죄 조직이 무사할까. 과거를 지우는 대가로는..

영화 2013.03.13

베를린

후반부의 액션 장면들은 볼 만했던 것 같다. 그런데 스토리 전달이 잘 안 된다. 게다가 특히 이경영은 말소리를 거의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런 단점만 없었으면 평균 이상의 장르 영화가 되었을 테다. 배우들의 카리스마도 있다. 그러나 한편 북한측 인사/요원들은 낯선 배우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외국 관객들에겐 모든 배우가 다 낯설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로선 북한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어떤 낯섬, '다름'의 이미지를 살렸으면 좋았겠다. 사실,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언행이나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내가 북한 사람들을 잘 모르니 어떻게 다른지 말하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수십 년간 다른 체제에서 살아 왔는데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이 영화에선 가끔 '사상' 같은 게 언급되긴 하지만 남북한 ..

영화 201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