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투코가 자신을 도와줄 하수인들을 찾으러 와서 하는 말) If you work for a living, why do you kill yourself working? 살기 위해 일한다면 왜 죽도록 일해? (투코가 자기를 쏘기 전에 주절주절 얘기하는 - 복수하기 위해 찾아다녔다는 - 총잡이를 욕조에 숨긴 총으로 쏴죽이면서 하는 말) When you have to shoot, shoot, don't talk. 쏠 거면 그냥 쏴, 주절대지 말고. (무덤에 숨긴 돈을 파내기 전에 블론디가 총을 겨누면서 투코에게 하는 말) You see, in this world there's two kinds of people, my friend: Those with loaded guns and those who dig. You..

영화 2008.08.17

어느 날 그 길에서

전주영화제에서 출품작의 하나로 봤다면 아마 아래처럼 한두 줄 코멘트로 끝났을지 모르겠다. 따로 보는 바람에 사진까지 올라오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개인적으론, 그 동물들의 시점 에서 차들이 어떻게 보일지를 표현하려고 한 부분들이 좋았다. 다만 "네 바퀴 달린 동물" 같은 표현(자막)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간다. 뭔가 위협적인 존재, 무서운 것 등의 지각은 있겠지만 차를 하나의 '동물'로 볼지는 의문이다. 움직인다고 다 동물은 아니다. 차의 움직임에서 어떤 의도(intention)나 감정이 포착되지 않는다면 동물로 인지할 것 같지 않다. 차를 동물로 보지 않는다고 차에 치어 죽는 게 비극이 아니란 말은 물론 아니다. 다만 다른 자막에서도 드러나듯 관객을 아이로 간주하는 듯한 표현들이 다소 안이하다는..

영화 2008.05.10

전주 2008 (2)

입맞춤 / The Kiss / 만다 쿠니토시 여태 본 영화제 개막작 중 거의 최악이었다. 벨라 타르 단편 이 나름 괜찮았다. 감독이 황량한 느낌을 주는 평원지대를 다니며 시적인 독백 - "고통은 바다고 즐거움은 섬이다" 같은 - 을 한다. 詩 자체로는 최고 수준 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작가로서는 준수하다고 해야겠다. 달리는 트럭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하페즈 / Hafez / 아볼파즐 잘릴리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바흐 이전의 침묵 / The Silence Before Bach / 페레 포르타베야 꽤 신선해 보였지만 이 역시 이해 못 한 부분이 많았다. 바흐나 그와 연관된 것들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영화보다 낯선 단편 1 보..

영화 2008.05.07

전주 2008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 (I Just Didn't Do It, 수오 마사유키) 올해 전주에서 본 10여 편 중에서 최고였다. 시나리오가 거의 완벽하다는 느낌이다.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사회 비판도 강렬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게 나오면 그건 보통 부패한 권력 때문이거나 인종차별 같은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다르다. 피고인이 돈 없고 힘 없는 사회적 약자라서 재판을 건성 으로 하는 문제를 다룬 것도 아니다 - 그런 면이 전혀 없진 않지만 그게 중심은 아니다. 이 영화는 '무죄추정의 원칙'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딱히 독재정권이라서가 아니라, 국가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기관이라는 건 그 본질적으로 유죄추정으로 기울게 되는 것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성추행은 그 ..

영화 2008.05.06

There Will Be Blood

리뷰 한두 개를 읽은 걸 토대로 했을 때,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1. 인간을 싫어하고, 2. 돈만을 추구한다. 돈을 탐하는 건 보편적인 거니까 별다른 동기가 필요없지만, 인간을 싫어하는 건 그 이유나 과정이 소개되는 게 좋지 않을까. 즉,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관객이 하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잘못 본 건진 모르지만, 인간을 싫어하는 게 (고백 외에는) 잘 드러난 것 같지도 않다. 아들을 끔찍히 아끼는데 그게 다 쇼였단 말인가? (메리가 아버지 한테 맞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종교를 싫어하는 건 확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 역시 동기가 궁금하다. 일라이를 폭행할 때 '아들이 다친 것'을 이유로 대는 것 같은데 그것으론 부족하다. 돈을 일반적인 ..

영화 2008.04.09

추격자

억지가 많다. 가장 거슬리는 게 영민이 중간에 풀려나는 것. 확실한 물증은 없다고 하지만 의심할 정황들은 많지 않나. 자신과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여자가 사라진 경우가 두 번이나 (나중엔 더 드러나지만) 있었다는 점. 거주지를 밝히지 않고 거짓말까지 했다는 점. "자백"을 했는데 상당 부분 사실과 일치했다는 점. 훔친 것으로 보이는 차를 몰고 있었던 점 (경찰이 영민에게 누구 차냐고 물었을 때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자 그냥 넘어가는 것 같은데, 차 번호를 조회하면 금방 나오는 것 아닌가. 주인이 연락이 안 되면 그 또한 수상한 거다). 옷에 피가 묻어 있었던 점. 조금만 기다리면 DNA 결과가 나온다는 점 (이건 "의심할 정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계속 잡아둘 이유는 된다) 등. 영민에게 강력한..

영화 2008.03.20

No Country for Old Men

제목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줄 알았다... 그냥 범죄가 너무 많아 노친네가 살기 힘들다는 것 외에 무슨 얘기가 있나? '징악'으로 끝나지 않고, 노인네가 철학스런 얘길 좀 늘어놓으면 '메시지'가 있는 영화가 되는 걸로 생각한 건가? 그냥 소박한 제목이었으면 이런 반감이 안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대항하기 힘든 어떤 강력한 존재 - 그게 귀신이든, 괴물이든, 악랄한 갱이든 - 에 쫓기는 얘기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과 다를 바가 뭔가. 그런 틀 내에서는 아주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뭔가 있는 척 안 했으면 좋겠다. 사람을 '신선하게' 죽인 걸로 족하지 않나? 그리고 그 "틀" 안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안톤 쉬거가 너무 초능력적인 건 어차피 장르 영화니까 그렇다 치자 (속수..

영화 2008.03.13

The Maltese Falcon

직역하면 "맞을 땐, 그걸 받아들이고 즐기게 될 거야" 가 될 것 같은데, 그냥 "맞을 땐 그걸 즐겨" 정도가 좋겠다. 적절한 번역어가 없어 "맞을"이라고 했지만, slap은 손바닥 으로 때리는 것이다. Yes, angel, I'm gonna send you over. 맞아, 난 당신을 (경찰에) 넘길 거요. The chances are you'll get off with life. 아마 종신형을 받겠지. If you're a good girl, you'll be out in 20 years. 모범 생활을 하면 20년 후쯤 나올 거요. I'll be waiting for you.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소. If they hang you, I'll always remember you. 당신 목에 밧줄이 걸린..

영화 2008.03.04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오경. 사진이 조금 민망하지만 적당한 게 별로 없네요. 잘 만든 영화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게 있다면 "스포츠가 없다"는 거다. 주연 배우들이 핸드볼 선수가 아니면서도 그 정도 했다는 건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로선 욕심에 차지 않았다. 점프하고 컷, 던지고 컷... 조금이라도 어려워 보이는 데서는 항상 컷이다. 예전에 보고서도 거의 똑같은 얘길했었는데, 그런 식으로 계속 컷 으로 처리하면 나 같은 사람은 동화가 안 된다. 'suspension of disbelief'란 말이 있다.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저거 가짜'란 생각을 잠시 접어둔다는 말이다. 근데 그 '잠시 접어 둠'이 경기 장면에서는 안 되는 거다. "극영환데, 바랄 걸 바래야지"라고 말한다면 사실 별 할 말 없다. 하지만, 전..

영화 2008.02.29